"청년시절 감명 받은 고예스카스…연주 꿈 이루는데 40년 걸렸네요"

입력 2022-09-19 17:32   수정 2022-09-20 00:18

“40여 년 전 미국 뉴욕에서 공부할 때 스페인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라로차(1923~2009)가 연주하는 엔리케 그라나도스(1867~1916)의 ‘고예스카스(Goyescas)’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초겨울 날씨라 쌀쌀했는데, 연주회장인 카네기홀에 햇빛이 드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죠. 언젠가 이 곡을 녹음하고 연주하기를 꿈꿨는데, 수십 년이 흘렀네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7·사진)가 스페인 작곡가 그라나도스의 음악으로 돌아왔다. 2017년 베토벤, 2019년 쇼팽, 2020년 슈만에 이어 이번엔 그라나도스의 피아노 모음곡 고예스카스로 국내 음악 팬들과 만난다. 오는 23일 울산 중구 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24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27일 제주아트센터, 10월 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6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일 강릉아트센터에서 ‘백건우와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란 이름으로 독주회를 연다.

2년 만에 하는 전국 투어 리사이틀에 앞서 19일 백건우가 고예스카스 전곡을 연주한 음반이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됐다. 2019년 ‘쇼팽 녹턴 전곡’, 2020년 ‘슈만’에 이어 DG에서 나온 백건우의 세 번째 피아노 독주 앨범이다.

백건우는 이날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다채롭고 세련되면서도 감정 표현이 굉장히 자유롭다”며 “그의 대표곡인 고예스카스를 연주하며 마음에 자유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라나도스는 이사크 알베니스(1860~1909)와 마누엘 데 파야(1876~1946)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스페인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따뜻한 선율을 그려낸 작품을 발표했다. ‘고야풍으로’라는 의미의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스페인 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람회를 본 뒤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사랑의 속삭임’ ‘창가의 대화’ ‘등불 옆의 판당고’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 ‘사랑과 죽음: 발라드’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 ‘지푸라기 인형’ 등 모두 일곱 곡으로 이뤄져 있다. 총 연주시간은 70분에 달한다.

백건우는 이번 독주회에서 이 작품을 중간 휴식(인터미션) 없이 연주한다. 그는 “일곱 곡으로 구분되지만 한 작품 같다”며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처럼 스토리에 한 번 빠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을까. “최근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이 곡을 쉬지 않고 연주했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원래 한 번 연주를 시작하면 30분이고, 40분이고 계속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해요. 고예스카스는 제게 자유를 상징하는 곡입니다. 자유롭게 해석하며 연습했고, 실제 연주도 그렇게 할 겁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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