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만 양산하는 SCO

입력 2022-09-23 17:31   수정 2022-09-24 00:38

미국 워싱턴 외교가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교전한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공감을 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직접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주 대형 뉴스는 워싱턴이 아니라 실크로드 도시인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전해졌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이다.
세(勢) 넓히며 세계 질서 교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밀리자 유라시아 힘의 균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쟁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거침없는 발언을 내놨다. 모두 푸틴에게 좋은 징후가 아니다.

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 (옛소련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에 들렀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독립, 주권, 영토 통합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밝혔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내정에 대한 어떤 세력의 간섭에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의 해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의미다. “손대지마, 블라드(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1920년대와 1930년대 초 베니토 무솔리니는 히틀러와 함께 유럽 파시스트 동맹이었다. 히틀러가 독일을 거인으로 변신시키는 동안 무솔리니는 이탈리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무솔리니는 위축됐고 히틀러는 성장했다. 사마르칸트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 주석은 우뚝 섰으나 푸틴 대통령은 위축됐다.

그렇다고 해서 시 주석이 푸틴을 차버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있을 만큼 동맹국이 많지 않다.

SCO는 1996년 상하이 파이브(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비공식적인 연합으로 출발했다. 2001년 우즈베키스탄이 합류해 야심 찬 상하이협력기구를 출범시켰다. 2017년엔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했다. 이란은 내년에 상임이사국이 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도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SCO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푸틴의 전쟁은 동유럽만 불안정하게 만든 게 아니다. 중동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가 공급난과 식량,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깊은 국가들은 서방의 제재를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치솟는 달러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몹시 힘들고 배고픈 겨울이 오고 있다.
새 질서 원한다면 의제 내놔야
러시아, 중국, 이란은 모두 국제 시스템을 교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이렇다 할 의제나 명문이 없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에서 이란의 간섭은 비참과 파멸만을 낳고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러시아를 약화시켰다. 더 큰 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는 대만의 동맹을 강화시켰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동참한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는 깊은 위기에 빠졌다. SCO 국가들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진정 원한다면 그들은 훨씬 더 잘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SCO’s Clumsy Push to Disrupt the World Ord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