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케 지멘스그룹 부회장 "'디지털 트윈'으로 제조 혁신한 기업만 생존할 것"

입력 2022-09-25 17:37   수정 2022-09-26 00:58


“4차 산업혁명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디지털화에 성공한 기업만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세드릭 나이케 지멘스그룹 부회장 겸 디지털인더스트리(DI)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에선 비용 절감뿐 아니라 효율성 향상, 혁신 주기 단축, 고품질 제품에 대한 요구를 모두 맞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847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지멘스는 19~20세기 산업용 기술 개발을 주도한 기업이다. 1879년 경전철을 시작으로 심장박동기, 실시간 진단 초음파 기계, 컬러액정 휴대폰 등이 모두 지멘스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 에너지, 헬스케어, DI 등으로 사업 영역을 재편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나이케 부회장은 다국적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지멘스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2020년부터는 지멘스의 차세대 핵심 사업인 DI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케첩 병’에 비유했다. 수년 동안 아무리 병 바닥을 두드려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던 케첩이 이제 와서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이케 부회장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비용 압박뿐 아니라 품질 향상과 혁신 주기 단축 등을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압박도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디지털 대전환(DX)이라는 것이 나이케 부회장의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현실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쌍둥이(트윈)처럼 똑같은 세계가 두 개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이 붙여졌다. 지멘스는 제조 현장에 디지털 트윈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1989년 독일 바이에른주 소도시 암베르크에 조성된 1만㎡(약 3000평) 규모의 지멘스 공장은 디지털 트윈이 최초로 적용된 스마트공장이다.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로 꼽힌다.

나이케 부회장은 “정보기술(IT)과 운영기술(OT)의 결합이 디지털 트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제품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밀착 결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세상은 소프트웨어(SW)를 앞세운 IT에 열광하지만, 실제로 이 기술들이 구현되는 곳은 제조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멘스 공장에선 매달 넷플릭스 영화 50만 편에 해당하는 2200테라바이트(TB) 규모의 엄청난 OT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과거엔 활용되지 못했던 OT 데이터가 IT를 대표하는 SW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기업에 엄청난 효율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멘스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LG에너지솔루션과 제조 지능화 공장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생산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차세대 모델 디자인 및 데이터 관리 환경 구축을 위해 지멘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 나이케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배터리, 전자, 기계, 화학 분야 투자에 주력하고, 장기적인 사업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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