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한다. 기존엔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관련 장비도 금지 품목에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누르는 대신 인텔과 IBM 등 미국 자국 기업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독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개별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제재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14nm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기술을 판매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별도 허가받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2020년께부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견제를 해왔다. 당시 견제 대상을 주로 시스템 반도체였다. 중국이 미사일과 로켓 등 무기 개발에 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가져가면 미국의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최근 들어선 미국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도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알렸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는 지난 5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검사를 마쳤으며 232단 낸드 기술 개발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애플이 아이폰 14시리즈와 보급형 모델(SE 3세대)에 YMTC의 128단 낸드플래시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칠 예정이며, 이는 허가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의 목적은 중국기업이 아닌 다른 업체를 상처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 반입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아직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며 "중국 정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므로 미국 정부와 협상하더라도 물밑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이런 국내 투자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 때문이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520억 달러(약 74조2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에도 역시 중국 제재안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