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비용' 때문에 달러 더 찍어낼 Fed, 보험이 될 비트코인 [한경 코알라]

입력 2022-11-07 09:36   수정 2022-11-07 09:41



11월 7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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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의 최근 보고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는 1946년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에 설립된 유서 깊은 금융 기업으로, 작년말 기준 전 세계에서 1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사이다. 이 회사는 2018년 피델리티 디지털에셋(Fidelity Digital Assets)이라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여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도 공식적으로 진출했다.

피델리티가 암호화폐 사업을 펼치는 방식은 다른 대형 투자기관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바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외부에 알리려 노력하는 점이다. 제이피 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나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은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된 폰지 사기(Ponzi Scheme)’이며 ‘가치가 전혀 없는 상품’이라며 깎아내리기로 유명한 반면, 피델리티는 2014년부터 직접 비트코인 채굴까지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직접 비트코인 채굴을 하고있다니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에 대한 피델리티의 특별한 애정은 그들이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은 지난달 10일 발간된 ‘점점 강해지는 달러와 비트코인(The Rising Dollar and Bitcoin)’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달러화가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띄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일종의 보험상품처럼 보유하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되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얼마 전 영국의 사례에서 봤듯이 이를 견디지 못한 국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자국 통화가치와 국채가격을 방어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승자로 보이는 미국도 거대한 국가부채 때문에 발생한 이자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 금리인상을 끝내고 양적완화로 돌아서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이 당연시되고 화폐가치는 속절없이 평가절하 되는 상황에서 수학공식에 따라 흔들림없이 차곡차곡 발행되는 비트코인의 통화정책은 프리미엄을 받는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나 ‘알파(초과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비트코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산도 없을 것이다.

지금이 1970년대와 다른 이유
지금 세계 경제의 운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위기가 발생할때마다 중앙은행이 투입하는 유동성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전 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시행한 ‘그린스펀 풋’ 이후로 크고 작은 경제 위기 때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양적완화를 펼치는 게 당연시된다. 1987년 ‘검은 월요일’,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결과는 모두 Fed 자산규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에 신규 유동성을 주입하는 행위는 커다란 부작용을 불러온다. 바로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어느새 120%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이정도까지 많은 부채를 떠안았던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그래도 당시엔 전쟁에서 돌아온 풍부한 노동력과 기술의 발전 덕분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미국 경제가 근래들어 지금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던건 1970년대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당시 Fed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다. 그는 20% 넘게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진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지금보다 정부 재정의 체력이 훨씬 건강했다는 얘기다.



‘달러 밀크셰이크’ 이론
지금 주요 선진국 정부는 너나할 것 없이 높은 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 밀크셰이크’ 이론은 미국 산티아고 캐피털의 브렌트 존슨(Brent Johnson)이 처음 소개한 것으로, 달러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는 Fed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 주장한 이론이다. 마치 밀크셰이크에 꽂힌 빨대처럼 Fed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풀린 달러화를 쭉 빨아들이면 주변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는 더 확실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모든 역외 대출, 외화채권, 그리고 무역 인보이스 중 절반 이상이 달러화로 표시돼있다. 전 세계 모든 은행들이 보유한 달러화 부채의 규모는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 15조 달러에 달한다. 모든 통화를 통틀어 단연 1등이다. 세계 경제가 미국 달러화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탓에 미국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조금만 단행해도 달러화에 대한 숏 스퀴즈가 발생한다. 자국 화폐를 외환시장에 던지고 달러화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더욱 폭증한다는 뜻이다. 그 덕에 달러 인덱스는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있다.




과거 1980년대 달러 인덱스가 150을 뚫고 최고점에 다다랐을때는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를 통해 G-5 국가들(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이 모여 달러화 가치를 절하하는데 합의했었다. 그 덕에 미국은 높은 경상수지 적자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던 반면, 당시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일본은 30년 장기불황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물론 오늘날의 강달러 현상이 1980년대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갈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높은 GDP 대비 부채비율과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세계 경제의 달러화 의존 현상을 보면 선진국 정부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달러화 절하에 합의하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참고로 유럽 중앙은행은 이제서야 겨우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려 하고있고, 영국은 파운드와 가치 절하와 국채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해 시장개입에 나선 상태다. 이는 나홀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의 가치 절상을 더욱 부추기는 중이다.

문제는 국가부채
지난달 영국이 대규모 감세안을 시행하려 하자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폭등한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국가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감세안은 영국 전체 GDP의 1.4%에 달할만큼 거대한 규모였다. 시장은 곧장 영국 정부의 예산과 국채 시장이 이를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감세안 소식이 나오자마자 파운드화 가치는 1달러당 1.07까지 떨어졌다. 이는 1984년 달러당 1.15 까지 떨어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영국 국채 역시 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순식간에 금리가 연 4.5%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끼어들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하며 가격 방어에 나선것이다. 물론 영란은행은 애초에 약속한대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10월 중순까지만 유지하고 중단했다. 그리고 곧이어 리시 수낙이 새로운 총리로 선출되며 금융시장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안정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뜻 보기에 미국은 나홀로 상황이 좋아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정부가 놓인 상황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다. 미국 재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정부 부채 규모는 현재 300조 달러에 달한다. 참고로 1700조 규모의 공공부문 부채는 여기에서 빠져있다. 연초부터 단행된 Fed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미국 연방 정부의 이자비용 지출은 2022년 2분기를 기준으로 65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러다가는 미국 정부가 매년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메디케어 예산(6890억 달러)를 곧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게 ‘천조국’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국방예산 (2021년 기준 7420억 달러)까지 넘어설 기세다.

비트코인, 기관들의 탈출지 될까
각국 정부가 처한 복잡한 거시경제적 상황은 비트코인에게 특별한 프리미엄을 가져다줄 것이다. 비트코인은 하드코딩된 정책에 따라 오직 2100만개 까지만 발행되며, 현재 기준 1.7%의 인플레이션율도 4년마다 점점 줄어들게 된다. 거시경제에 그 어떤 풍파가 닥쳐도 비트코인의 통화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각국 정부가 갈수록 확장적 통화정책을 단행하고 신규 통화발행량을 늘려갈수록 비트코인의 매력은 더욱 부각된다. 앞서 예로든 영국이 좋은 예다. 몇십년만에 찾아온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그보다 더한 경기침체가 발생해 결국 다시 돈을 푸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 중앙은행들 앞에 놓인 운명이다. 비트코인과 영국 파운드간 거래규모가 폭증한 것을 보면 금융시장에는 이를 이미 눈치챈 트레이더나 투자자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G-5 국가들이 달러화 가치 절하에 합의했듯 작금의 강달러 상황도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반전될 것이다. 꼭 주변국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 정부가 매년 내야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이자비용 때문에 Fed는 다시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에서 있었던 정책 실패와 그로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보면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각국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다른 누군가가 처한 상황과 큰 연관성이 없는 몇 안되는 자산 중 하나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처럼 자국 경제상황, 통화가치, 국채가격, 정부 부채와 이자비용까지 고려하여 정책을 수시로 바꿔야할 필요가 없다. 비트코인의 발행 스케줄은 수학 공식처럼 명확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적다. 시장이 비트코인의 이런 특성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부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아채기 시작하면 마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때 꼭 필요한 보험처럼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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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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