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은 왜, 500원짜리 불상 모셨나

입력 2022-11-14 18:25   수정 2022-11-15 00:50

불교계 원로 법륜스님(69·사진)은 1992년 인도 성지순례를 떠났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앞에서 힌두교도 행상에게 “부처의 나라에 살면서 왜 불교를 안 믿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매일 세계 불교도가 이곳을 찾지만 성지 앞 걸인을 돕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말하는 부처의 자비란 대체 뭐냐.” 이웃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는 ‘만일결사(萬日結社)’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듬해 불가촉천민이 모여 사는 둥게스와리마을 인근 학교 건립을 시작으로 북한동포 돕기 등 나눔·수행을 이어왔다. 자원봉사자 7만여 명이 참여한 만일결사는 다음달 4일에 1만 일의 대장정을 마친다.

14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정토회는 복을 비는 말이나 죽음 이후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120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즉문즉설’ 운영자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은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이다. 정토회는 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사회적 실천과 수행을 강조하는 단체다.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승속(승려와 일반인) 구분 없이 농사를 짓고 수련한다. 국내외 정토회 자원봉사자는 2500여 명. 드라마 작가 노희경과 배우 조인성, 한지민 등도 정토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5개 건물에서 30년간 월세살이를 하던 정토회는 전용 회관을 지어 지난달 1일 정식 개관했다. 옥상의 법당 대성초당엔 단청이 없다.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500원 주고 사왔다는 조그마한 불상만 모셔져 있다.

“여보게, 누군가 논두렁에 앉아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그곳이 절이고 그 사람이 스님이네.” 법륜스님은 젊은 날 봉암사 서암스님이 해준 이 말을 평생 새기며 살아왔다. “늘 부처처럼 살 순 없어도 시간, 돈, 마음을 조금씩 옳은 일에 내어줄 수는 있죠. 우리는 부처가 되려 하지 말고 부처의 한 조각, 즉 ‘모자이크 붓다’가 돼야 합니다.” 그의 붉은 가사(승복)는 낡고 헤져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그간 만일결사는 환경, 빈곤 퇴치, 평화, 수행 등 네 가지 목표를 향해 각종 대중운동을 벌여왔다. 내년 3월 시작할 새로운 만일결사로는 재활용 유통, 대안교육 등을 논의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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