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규제 족쇄'…광명·과천 집값 '뚝뚝'

입력 2022-12-11 17:23   수정 2022-12-19 16:53

경기 광명·과천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거세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지역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 수요까지 뚝 끊긴 탓이다. 규제 지역에서 풀린 다른 경기 지역에 비해 집값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분양이 예정된 인근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광명의 아파트값은 올 11월 4.13% 떨어졌다. 경기 전 지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경기 지역의 11월 아파트값 하락폭은 -2.4%였다. 광명 아파트값의 하락폭이 경기 전 지역의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셈이다.

올 들어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의 매매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빠르게 불어난 대출이자 부담에 실수요자들이 선뜻 주택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하향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관망세를 띠는 실수요자가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지역을 풀고 있지만 광명은 이 같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전국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만은 제외했다. 주변 지역에 파급 효과가 크고, 개발 수요가 여전해 규제 지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6월과 9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규제 지역 해제를 결정했지만 이들 지역은 여전히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남게 됐다.

규제 지역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제한뿐 아니라 다주택자에겐 취득세·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재당첨이나 주택 분양권 전매까지 제한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규제 지역에서 풀린 일부 지역은 입지와 상품 경쟁력이 좋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청약 경쟁률도 회복되는 추세다. 이런 부동산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광명의 집값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명 철산동에 있는 철산래미안자이(전용면적 84㎡·2층)의 경우 지난달 중순 7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단지는 작년 10월 최고가(15층)가 13억5000만원이었다. 1년 새 5억7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저층의 급매라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 하락폭이 큰 편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의 평가다.

또 다른 규제 지역인 과천의 올 11월 아파트값 하락폭도 -3.33%로 경기 내에서 상위권이다. 과천 부림동에 있는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전용면적 84㎡·5층)은 지난달 중순 14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지역의 ‘대장주’ 중 하나인 이 단지는 지난해 말만 해도 21억5000만원(21층)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도 되지 않아 7억원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풀렸다고 주택 시장이 단기간에 살아나는 건 아니지만 규제 해제 이전에 비해선 새로운 수요자층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억누르는 가장 큰 변수가 금리인데, 규제 지역의 경우 또 하나의 족쇄를 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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