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서 내놓은 2023학년도 자연계열 정시지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이공계열 최상위학과인 컴퓨터공학부(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 기준)는 407점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전국 34개 의대 가운데 이보다 합격선이 높은 곳이 17개 대에 달했고, 단국대(천안) 동아대 전남대 등 7개 대학은 서울대 컴공과와 점수가 같았다.서울대 자연계열 일반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99.2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의대 최하위권인 제주대 조선대 등(401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약학과도 강세다.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인(in) 서울’ 약대 합격선이 396~397점으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등 자연계열 중위권학과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자퇴생은 2019년 193명, 2020년 264명, 2021년 330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작년 자퇴생의 86%가 자연계로 대부분 의약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의대의 합격선이 서울대 주요 학과를 넘어서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전까지는 연세대와 고려대 이공계열 점수가 지방 의대보다 높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의약대의 합격선도 계속 상승했다”고 설명했다.한국 의사 수는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량은 약 3배 높다. 의사 1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가 OECD 평균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반발하고 있어서 20년째 3000명 선에 머물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공청회를 통해 필수의료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에서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빠졌다. KAIST·포스텍 등이 의사과학자 전문양성을 위한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협의 ‘밥그릇 지키기’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수요와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수재들의 의약대 쏠림현상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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