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아는 맛, 춤으로 맛있게 버무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

입력 2022-12-28 08:00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신선하게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티켓값을 지불해야 하는 뮤지컬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아는 맛'은 고민을 안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 고전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힌다. 이미 모두가 아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춤의 향연. 양질의 음악과 안무를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샌가 '아는 맛도 제법 매력적이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작품은 1950년대 미국 뉴욕 웨스트 사이드 지역에서 벌어지는 폴란드계 청년 갱단인 제트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 갱단 샤크 간의 세력 다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한다.

1957년 초연 당시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로프'로 유명한 아서 로렌츠가 각본을, 뮤지컬 '스위니토드' 원작자인 브로드웨이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썼다. 여기에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조지 발란신에 이어 뉴욕시립발레단 2대 예술감독에 올랐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과 안무를 맡아 이른바 '드림팀'에 의해 완성됐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제12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안무상과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배경은 195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 서부 지역이다. 세상은 혐오와 차별·갈등으로 물들었다. 아메리칸드림을 기대하며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샤크는 폴란드계 백인 집단인 제트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시대의 불안 속에서 피어난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이 위태롭게 이어지다 끝내 비극을 맞는 이야기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건 '춤'이다. 이 작품에서 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부수적 장치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과 무대적 연출의 뼈대를 이루는 하나의 축이 된다. 현대 무용·발레·재즈·플라멩코·맘보·스윙·차차까지 다양한 춤이 갈등·사랑·대립·혐오·우정 등 여러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로써 상상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제트와 샤크가 무대 바닥이 울릴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주고 받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예술과도 같다.

배우들의 가창력도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적 한계를 순간 깨부순다. 난이도가 높은 안무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실력 있는 배우들이 시원하게 고음을 뽑아낸다. 박강현의 깔끔한 고음에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고, 이지수의 청아한 음색은 몰입감을 높인다.

제트의 리더 리프,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 마리아의 절친이자 베르나르도의 여자친구인 아니타도 중요도가 큰 배역인데,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이 제대로 뒷받침한다. 김소향의 가창력은 나무랄 데 없고, 배나라·김찬호 등의 실력에도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결말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폭력과 증오 속에서 사랑을 잃은 마리아의 마지막 외침은 현시대에도 잔존해 있는 인종 차별, 계급·세대 간 격차 등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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