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음악에 우열이 있나요…대중가요서도 영감 얻죠"

입력 2023-01-04 18:26   수정 2023-04-28 21:15


‘대한민국 최고 연주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몇 있다. 어떤 기관이 선정하든, 어느 시점에 뽑든, 무조건 들어가는 사람들 말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도 그중 한 명이다. 임윤찬보다 5년 앞선 2017년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1위에 오른 ‘국가대표 피아니스트’다.

국제 콩쿠르 1위 자리를 여덟 차례나 거머쥔 ‘콩쿠르의 왕’이자 뉴욕타임스로부터 “황홀한 연주”란 평가를 받은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청파로 한경아르떼TV 본사에서 만났다. 5일 오후 9시에 방영하는 ‘임선혜의 옴브라 마이 푸’ 녹화를 위해 방문한 선우예권은 기자가 건넨 어떤 질문도 대충 넘기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얼마나 피아노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음악에 몰두하고 있는지 등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적당히 만족한 연주는 있었지만, 완벽했다고 느낀 연주는 없었다”며 “매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죽기 전에 만족할 만한 연주를 남기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가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는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묻자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좋은 연주에 대한 목마름을 언제나 느낀다”며 “그런 열정을 안은 채 평생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했다.

그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누나 손을 잡고 따라 들어간 학원에서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다. 이후 엘리트 코스만 걸었다. 서울예고를 수석졸업한 뒤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아드 음대, 메네스 음대를 나와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렇게 25년 넘게 피아노와 한 몸처럼 지냈지만 물리기는커녕 오히려 애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선우예권은 “스케줄이 없을 때도 머릿속은 온통 피아노 연주와 공연 레퍼토리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최근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시작한 것도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머리를 식힐 때는 대중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요즘엔 악동뮤지션 멤버인 이수현의 ‘소리’와 박효신의 ‘숨’에 빠졌다고.

“음악에 장르별 우위가 있을 리 없잖아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지만 대중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대중가요 가수들이 호흡을 통해 만드는 절묘한 흐름을 피아노로 표현하기 위해 벤치마킹하기도 합니다.”

선우예권은 남의 눈,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연주자가 자신의 음악에 확신을 갖고 연주해야 청중에게 닿는 전달력과 설득력에 힘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도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준비는 끝났다. 가장 이상적인 연주를 그린 뒤 피아노 건반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라’는 옛 스승 시모어 립킨의 말씀을 떠올린다”며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면 전달력이 떨어지는 만큼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 어떤 음악을 청중에게 들려줄 계획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온기 가득한 피아노 선율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 스승 리처드 구드가 보여준 무대처럼요. 피아노 소리로 온 객석이 따뜻해진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연주자의 따스한 숨결이 들어간 소리를 내기 위해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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