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지 못해 미안"…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한 어머니 '집유'

입력 2023-01-19 17:14   수정 2023-01-19 17:15


수십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 A씨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19일 법정 구속을 면했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에 따르면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무리 피해자인 딸의 어머니라고 해도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38년 동안 몸이 아픈 딸을 돌봤다"면서 "딸이 대장암 진단 후 항암 치료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도 모든 잘못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중증 장애인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범행 이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의 딸은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받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다.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그날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그때는 버틸 힘이 없었다.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열했다.

한편 지난해 3월 경찰은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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