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 무신사 냄새 나나요?" 게시글 수백개…패션공룡 '굴욕' [배정철의 패션톡]

입력 2023-01-24 10:30   수정 2023-01-24 17:35



패션기업들이 영 달가워하지 않는 유행이 하나 있다. 10~20대들이 마치 유니폼을 입듯이 같은 브랜드 의류를 대거 구매해 입는 흐름이다. 이런 식으로 노출이 많아질수록 브랜드의 희소성은 떨어지고, 되레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향을 보인다.

요즘은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가 10~30대 남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코미디쇼 SNL코리아에 등장한 “무신사 냄새 지리네”라는 대사는 무신사가 겪는 인기의 역설을 잘 보여준다.

특유의 획일적 무채색 의류를 비꼬는 의도를 담은 이 방송이 나온 이후 패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기 옷을 올리고 “이 옷 무신사스럽지는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게시글이 부쩍 늘어나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패션공룡 된 무신사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신사의 2021년 매출은 4667억원으로, 전년(3319억원) 대비 40.6% 불어났다. 거래액은 스타일쉐어와 29cm 등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총 2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9000억원) 대비 2.5배 급증한 금액이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를 판매하는 ‘무신사 아울렛’ 등을 선보이면서 패션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신사의 2021년 매출은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들인 지그재그(652억원), 에이블리(934억원), 브랜디(1261억원), W컨셉(1000억원)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신한금융투자는 무신사의 올해 거래액이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신사는 특히 길거리 패션 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W컨셉 등 여러 패션 플랫폼들이 경쟁을 펼치는 여성 패션 시장과 비교되는 점이다.

하지만 패션공룡으로 성장하면서 오히려 놀림감이 되는 역설적 현상도 나타난다. 검은색 와이드 팬츠에 큼지막한 로고가 들어간 맨투맨 티셔츠는 10대부터 30대까지 남성들이 즐겨입는 이른바 ‘무신사 스타일’이다. 검은색, 회색, 흰색 등 무채색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게 특징이다.



무신사 스타일은 최근 들어 비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SNL코리아 방송 이후에 ‘무신사 냄새 안 나게 입는 법’, ‘이 옷 무신사 냄새나나요?’ 같은 게시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톰브라운·버버리도 브랜드 훼손 경험
글로벌 패션업계에서도 무신사와 비슷한 경로로 이미지가 훼손된 선례가 상당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 초 10대 중·고등학생들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대거 구매해 입으면서 사회적으로 과소비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톰브라운’과 ‘버버리’도 고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아무나 입는 급 떨어지는 브랜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져 인기가 급랭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유니클로’와 ‘들키다’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유니바레’라는 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저렴한 유니클로 제품을 입는 것을 남에게 들켜버려 부끄럽다’는 의미가 담긴 조어다.

패션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가 방영하는 프로그램에서 무신사를 깎아내리는 대사가 나온 배경을 의심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이 패션 부문을 대폭 강화해 무신사와 한판승부를 불사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신사는 SNL코리아가 풍자 코미디인 만큼 공식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신 남성 전문 패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에 변화를 줘 여성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새롭게 포지셔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명 걸그룹인 뉴진스를 새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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