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에 자사주 소각까지…"'만년 저평가' 지주사 주목"

입력 2023-02-16 16:15   수정 2023-02-16 16:19


증권업계에서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는 지주사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주사들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재평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은 3.77% 오른 1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92%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이날 삼성물산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전량을 향후 5년에 걸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13.2%), 우선주 15만9835주(9.8%)다. 시가 기준으로 약 2조9000억원 규모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은 주주친화 정책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삼성물산뿐만이 아니다. SK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SK의 주당 배당금은 2021년 8000원에서 작년 5000원으로 줄었지만, 자사주 매입 금액을 포함한 주주환원 총액은 전년 대비 300억원 증가했다.

LG의 주당 배당금도 2020년 2500원에서 2021년 2800원, 지난해 3000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지주사 주가를 억누른 가장 큰 요인은 거버넌스 문제였다. 지주사는 좋은 실적과 막대한 현금성 자산에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 해외와 달리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돼 있다는 점도 지주사에 대한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지주사에 대한 거버넌스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주사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너 2·3세 승계를 위해선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유일한 방법이 배당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주식매수청구권 등 물적분할 규제를 도입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삼성 총수 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천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갚기 위해선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모든 기업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 돌풍도 긍정적이다. 지주사는 통상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기업가치는 저평가돼 있어 행동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지주사 하나만 장악하면 전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주의펀드들이 지주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주사 주식을 고를 땐 자산운용사의 투자 내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신영마라톤지주회사' 펀드는 지난해 10월 26일 기준 삼성물산(비중 7.7%), SK(7.5%), LS(7.3%), 휠라홀딩스(2.7%), HD현대(2.7%)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 펀드는 최근 1년 동안 -0.39% 수익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9.79%)를 크게 웃돌았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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