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소다를 섞은 하이볼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주점 등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이를 지켜본 편의점업계는 지난해부터 집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캔 하이볼 제품들을 내놨다.
초기 제품들은 한 캔에 4000~5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주정에 오크칩을 섞어 위스키 향을 내는 정도에 그쳤다. 애호가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자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 제품들이 CU와 GS25에서 곧 출시된다. CU는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한 ‘리얼위스키하이볼’ 판매를 오는 22일 시작한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조만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넣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캔 하이볼은 국내가 아니라 일본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위스키 원액도 국내산이 아니라 외국산이다. CU의 리얼위스키하이볼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원액을 일본산 주정과 혼합해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이 준비 중인 캔 하이볼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 일본에서 제조했다.
진짜 캔 하이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선 위스키 원액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구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소는 두 곳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증류소들이 가동 중이다. 이들 증류소 중에서는 하이볼용으로 쓰이는 저숙성·저가 원액을 제조하는 곳도 있다.
이런 원액을 사용해야 한 캔에 5000원 수준의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고율의 세금(과세표준의 72%)을 종가세에 근거해 부과하는 것은 원가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편의점들도 국내에서 진짜 캔 하이볼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 취향을 맞출 다양한 주종을 구비하는 게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말 2443개였던 발급 주류제조 면허가 2021년 말 2717개로, 2년 새 274개 늘어날 정도로 제조 기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 편의점 주류담당 바이어는 “술에 대한 선호가 워낙 빠르게 변해 판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위스키 생산이 활성화돼 있다면 굳이 일본에서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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