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역에서 22만 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비즈니스 유럽’ 소속 루이자 산토스 사무차장은 “규제를 준수했다는 내용을 증명하려는 서류 작성을 위한 인력이 10만 명이나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규제 대응이 까다롭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 EU는 역내외 기업에 탄소중립과 관련한 부담을 똑같이 지우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의 비용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국내 철강·화학업계는 시행 단계별로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외에도 EU는 공급망 실사 지침,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에코디자인 규정, 플라스틱세 등 전방위적 환경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가 적극적이다. 수소환원제철 등 일찌감치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중국·인도 등 경쟁국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정민 포스코유럽 브뤼셀사무소장은 “CBAM 관련 시장을 선점해 유럽 (역내) 기업을 제외하면 넘버1(1위)이 돼보자는 게 내부 목표”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2020년 12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전기로 공장 신설 등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해왔다.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최근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핵심원자재법(RM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지역 내 대관업무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김진석 LG화학 유럽 판매법인장은 “4대 권역에 구축한 BSC(Business Service Center)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규제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무역협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늑장 대응 논란이 일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유럽 주요국 인사들과 만나 국내 산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카린 칼스브로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의원, 디아나 아콘시아 EU 집행위원회 기후총국 국장 등과 연쇄 면담을 하고 “규제 위주의 정책을 통한 탄소 감축은 근본적 한계가 있으며, 규제를 뛰어넘는 파괴적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브뤼셀·프랑크푸르트=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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