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 '깜깜이 회계', 조합원 절반 찬성하면 공시 의무화

입력 2023-03-10 15:38   수정 2023-03-10 15:42



정부·여당이 조합원 절반 이상이 회계장부 공개에 찬성하는 노동조합의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횡령·배임 등이 발생한 노조도 회계 공시가 의무화된다.

‘건폭(건설현장 폭력)’처럼 사용주에 비조합원 차별을 강요하고 태업 등 조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노조법상 처벌 근거도 마련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는 오는 13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민당정 협의회에는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참석한다. 여당 원내대표나 정책위원회 의장이 주도하는 민당정 협의에 당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개혁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에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원주시청 공무원 노조(원공노)가 참석해 조합비가 민주노총 간부 인건비로 빼돌려진 이른바 ‘노조판 기생충’ 사례 등을 증언할 예정이다.

지난달 ‘MZ 노조’를 결성한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김경율 회계사 등도 참석한다.
횡령배임 발생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
당정이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은 ‘회계투명성 강화’와 ‘불법·부당행위 규율(노조 괴롭힘 방지)’ 등 두 갈래로 진행된다.

앞서 정부는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달 중 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 노조를 대상으로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고, 회계 공시를 한 노조에는 조합비 세액공제(공제율 15%)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고용부와 기획재정부는 현재 공시 대상 노조의 규모와 구체적 공시지침, 시행 시기 등을 놓고 협의 중이다.


당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조법을 개정해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우선 노조 회계장부 공시에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 반드시 회계 공시를 하도록 의무를 부여한다.

아울러 횡령·배임 등 회계투명성 관련 이슈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서도 고용부 장관의 요구가 있는 경우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불리는 노조 회계감사와 관련한 통제도 강화된다. 우선 당정은 조합의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노조 규약에는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통해 회계감사원을 선출하도록 하는 등 자격과 선출에 관한 규정도 신설하도록 했다. 최근 5년 간 노조 임원으로 활동한 경력자 등은 감사 선출에서 제외하는 등 전문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요건도 마련해야 한다.

조합원의 회계장부 열람 및 정보 요구권은 대폭 강화된다. 우선 조합원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라도 회계장부와 근거 서류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회계서류 보존 기간도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회계 공시 및 감사와 관련된 규정을 위반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과태료 500만원(공시의무 위반 1000만원) 등 처벌을 부과할 계획이다.
비노조원 차별하고 조업 방해하는 '건폭' 처벌
노조 괴롭힘 방지법은 건설 현장에서 폭력행위로 논란이 된 '건폭'을 근절하고, 자유로운 노조 가입·탈퇴를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에서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요구나 채용 강요, 공사방해 등 불법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 지연 등 그 피해는 국민에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는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정은 건설노조 등 노조가 사용주에게 노조원 채용, 비노조원 해고 등 비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차별을 강요하는 행위를 노조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태업 등 방식으로 부당하게 업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정상 조업을 방해하는 행위 등도 금지한다.

노조 가입과 탈퇴를 강요하거나 다른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 등도 처벌 대상에 오른다. 최근 노동현장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등이 조합원 결의로 집단탈퇴를 선언한 포스코지회와 원주 공무원노조 임원들을 제명하고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방해 행위를 해 논란이 됐다.

당정은 이들 행위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노조법에 이들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비슷한 수준(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오형주/곽용희/양길성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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