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침해했다는데 어떡하죠?"…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저작권 이슈 [긱스]

입력 2023-03-14 13:50   수정 2023-03-14 13:57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에 종종 발생하는 법률 문제가 있습니다. 각종 저작권 침해 논란입니다. 최근에는 글씨체인 폰트 관련 저작권 침해 분쟁이 증가하고 있죠.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가 폰트 저작권 침해 대응 방법을 소개합니다.



폰트에 대한 저작권 침해 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스타트업 등 회사 간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 대상으로 폰트 저작권 침해 분쟁이 벌어진 사례는 714건에 달한다.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폰트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폰트 제작자의 저작권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폰트는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폰트 저작권을 파악하기 전에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폰트(서체도안) 이미지 자체와 폰트를 구현하는 폰트 프로그램을 구별해야 한다. 폰트란 글자의 모양 자체를 의미한다. 기록이나 표시, 인쇄 등의 문자 세트로 사용하기 위해 통일적인 컨셉트로 작성된 문자나 기호의 한 벌의 디자인을 의미한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폰트 도안 그 자체로는 저작물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폰트 즉, 서체도안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한글 자모의 조합이고 이는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실용적인 목적이 주된 기능이라고 보고 있다. 비록 폰트에 심미적인 창작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문자의 기능과 독립적으로 구분되는 감상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폰트 제작자가 유료 폰트를 개발해도 누구나 해당 폰트의 이미지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합해 사용해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그렇다면 캘리그라피의 경우는 어떨까?
캘리그라피는 ‘아름답다’는 뜻의 ‘Calli’와 이미지나 글자의 표현기법을 뜻하는 ‘graphy’의 합성어다.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따르면 캘리그라피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좁게는 ‘서예(書藝)’를 이르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書體)’를 이른다’라고 정의돼 있다.

이처럼 캘리그라피는 문자의 기능이 주 목적이 아니라 감상이 목적인 글씨다. 법원은 캘리그라피에 대해 직접 붓을 들고 쓴 것이며 선의 굵기, 형태, 운필의 방식을 통해 특정한 인상이나 심미감 감득을 위해 창작된 것으로 보고, 이를 저작물로 인정한 바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자 작성을 위한 폰트 이미지 자체는 모양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워도 저작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서예나 캘리그라피와 같이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글씨는 저작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폰트 이미지가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캘리그라피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 행위로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폰트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폰트 이미지와 달리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폰트 프로그램은 폰트를 디지털화해 화면에 표시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적 데이터 파일을 의미한다. 그 소스코드가 독자적 실행 파일은 아닐 수 있지만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저작권법 제4조에서 저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외주를 맡겨 폰트를 사용했는데, 저작권 침해라고 내용증명이 날아온다면?
폰트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가장 많이 문제가 발생하는 유형은 외주사에 맡긴 결과물을 사용하다가 폰트 프로그램 저작권자와 그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는 경우다. 실제 사례를 각색해보겠다.

'최앤리'라는 회사가 '등기맨'이라는 상호를 정하고 간판을 내걸려고 한다. 회사는 수소문 끝에 A라는 간판 회사가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신뢰감 있는 세련된 모양으로 '등기맨' 간판 제작을 의뢰했다. 최앤리는 제작된 간판을 붙이고 열심히 영업 활동을 했다. 어느 날 B법무법인으로부터 무단으로 폰트를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최앤리가 저작권 침해를 한 것일까?

아니다. 저작권 침해는 최앤리가 한 것이 아니라 간판을 제작하는 A외주사가 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폰트 이미지 자체를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A외주사가 무단으로 폰트 프로그램을 설치해 간판 글씨를 작성하고 제작한 것이라면 저작재산권인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다. 물론 A외주사가 해당 글씨 이미지 자체만 복사해 그대로 활용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하지만 폰트 프로그램을 쓴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앞선 B법무법인 내용증명에 대해 최앤리는 반드시 답할 의무는 없다. 다만 이후 불필요한 법률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우선적으로 A외주사에게 문제제기를 하며 직접 저작권자와 소통하도록 하고, B법무법인의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사정을 간단하게 회신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의 입증 책임은 저작권자에게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면 오히려 상대방을 협박 혐의로 역공할 수도 있다.



폰트 프로그램을 개인용, 비영리 목적으로 구매했는데 상업적으로 사용한다면?
폰트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유형에 해당한다. 폰트 프로그램의 구매는 일단 적법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사용 범위를 약관이나 계약에서 정한 것과 다르게 한 경우를 살펴보자. 보통 저작권 침해 이슈는 형사와 민사가 동시에 문제된다. 복제권 등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나 단순히 이용 계약 범위를 위반할 경우에는 민사상 문제만 해당할 수 있다.

해당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폰트 프로그램의 저작권 발생 시점과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 저작물인 이미지를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면 저작재산권인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다. 폰트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설치 파일을 내려받은 것이 복제가 아니라 설치 프로그램 설치까지 완료해야 비로소 컴퓨터인 '유형물에 고정하는 복제'가 완료된 것이다. 그리고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폰트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용자가 개인용, 비영리 목적으로 적법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폰트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했다면 그 자체로 적법하게 '복제'가 완료된 것이다. 적법한 복제가 완료된 이후에 해당 프로그램을 허락한 사용 범위를 넘어서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복제(설치)한 것으로는 볼 수가 없다. 이는 저작권의 복제권 침해가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문제될 뿐이다. 따라서 일단 적법하게 폰트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다운로드해 설치했다면 그 활용 과정에서 계약 범위를 넘어 폰트 프로그램을 구동해 문자를 작성했다고 해도 이는 저작권 침해로는 볼 수 없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 처벌 조항이 있는 것이라 대부분 저작권자나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게 되면 겁을 먹고 당황해 무리한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라서 저작권자와 합의만 되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합의에 끌려다닐 수 있다.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게 되면 답변 기한에 초조해하지 말고 일단 심호흡부터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
△연세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공무원 연금공단 감사관
△창업진흥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법률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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