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자 미국 금융당국이 긴급 조치를 들고나왔다. 12일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 고객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했다. 사태가 확산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국 금융당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위기설이 불거진 또 다른 미국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도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JP모간체이스 등 미국의 대형 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주도 아래 대형 은행들이 합심하는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은행 위기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까지 번졌다. 스위스 은행 CS가 근원지였다. CS는 14일 연간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재무보고서와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했다. CS는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 사태 때문에 큰 손실을 보고 이미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평가였다. CS가 아케고스캐피털로 본 손실은 50억달러였는데, 이는 1년 치 이익을 웃도는 액수다. 다음 날인 15일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CS에 추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다. 사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스위스 중앙은행이 나섰다.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장 불길이 크게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미국의 경우 Fed의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따라 국채 가격 낙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자산 중 상당 부분을 국채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미국 은행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CS도 고객 이탈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으로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CS는 지난해 10월 인수 자문·레버리지 금융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할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외신에서는 CS의 사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통매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은 이제 미국 기준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Fed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Fed가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동결설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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