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미술관 큐레이터와 ‘큰손 컬렉터’는 2년에 한 번씩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인천공항에 내린 이들이 광주로 향하기 전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한국 최고 화랑이 밀집한 서울 삼청동이다.
오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삼청동은 ‘미술시장의 최전선’을 체감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그래서 언제나 미술 애호가로 붐빈다. 광주비엔날레가 삼청동 화랑가에만 현수막 광고를 붙인 이유다.삼청동 갤러리도 해외 큰손이 속속 입국하는 지금이 작품을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란 걸 안다. 그래서 이때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미술관급 전시’를 준비한다. 국내 미술 애호가에겐 돈 한 푼 안 들이고 ‘눈 호강’할 수 있는 기회다. 상업 갤러리는 전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화창한 봄날, 삼청동 인근에서 둘러볼 만한 주요 전시를 관람 동선에 맞춰 정리했다.
‘삼청동 갤러리 투어’의 출발점으론 국제갤러리가 제격이다. 현대미술 거장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와 이우환 화백(87)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서다. 유명하고 작품 값이 비싸다는 것 외에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배경지식 없이 작품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칼더가 아기 장난감으로 친숙한 ‘모빌’의 개념을 만들었다는 점, 이우환이 미니멀리즘과 동양 사상을 결합한 일본의 미술운동 ‘모노하’를 정립하는 등 이론가로도 이름을 날린 것 정도는 알고 보면 좋다.작품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국제갤러리는 전시공간을 뜯어 고쳤다. 칼더 전시에서는 ‘구아바’ 등 대표작과 전시 구성이 어우러져 모빌의 다채로운 모양과 색채를 만끽할 수 있다. 국내에서 8년 만에 열리는 이우환 전시에서는 돌과 철판을 이용한 설치작품 ‘관계항’과 ‘다이얼로그’ 연작 드로잉 4점을 만날 수 있다. 쉽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두 건의 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건 선물이나 다름없다. 둘 다 5월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위해 호아킨은 전시 개막 두어 달 전부터 갤러리에 머무르며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를 벽에 세운 뒤 바탕색을 넓게 칠하고, 색 덩어리를 손과 나이프로 긁고 밀어내며 다채로운 느낌의 추상화를 만들어냈다. 뭘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추상화인데도 “왠지 느낌이 좋다”며 찾아오는 관람객이 많다. 5월 26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출신 작가 사이먼 후지와라(41)의 개인전도 들러볼 만한 전시다. 컬러풀한 전시 구성과 작품이 잘 어우러진다. 지하 전시장의 알록달록한 벽면과 카펫, 가벽은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건 작가가 만들어낸 곰돌이 캐릭터 ‘후’가 등장하는 ‘후 더 베어’ 연작이다. 피카소와 마티스 등 거장의 그림을 오마주한 작품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현대 문명에 대한 풍자를 의미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과 전시장 모두 색감이 아름답고 사진이 잘 나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다. 5월 21일까지.
삼청동 길을 벗어나 15분 정도 공예박물관과 안국역을 따라 걷다 보면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과 아라리오갤러리가 나온다. 뮤지엄에서는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 정강자(1942∼2017)의 개인전 ‘꿈이여 환상이여 도전이여’가 열리고 있다.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작가로, 오는 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에도 작품이 나온다.그 옆 갤러리에서는 촉망받는 작가인 심래정(40)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잠을 소재로 제작한 회화·영상 등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다. 뮤지엄 전시는 9월 30일까지, 갤러리 전시는 5월 13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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