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지, 4족보행·웨어러블 로봇 시장 정조준

입력 2023-05-07 17:34   수정 2023-05-08 00:32

기어로 구성된 감속기는 말 그대로 속도를 낮추는 장치다.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가 톱니바퀴 형태의 기어를 거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증폭된다. 동력을 전달하는 감속기를 ‘산업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피지는 약 30년간 감속기 국산화에 주력해온 이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말엔 첨단 로봇 감속기 양산 체제를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여영길 에스피지 대표는 지난 4일 “올 하반기부터는 4족 보행 로봇 및 웨어러블 로봇용 감속기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에스피지는 독자 개발한 특수소재를 정밀하게 가공해 감속기를 생산한다. 정교하고 세밀한 톱니 모양의 기어들로 구성된 감속기는 단순한 부품이라기보다 조각품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다. 여 대표는 “머리카락 한 올 두께(0.1㎜) 정도의 정밀도는 갖춰야 로봇 장비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속기는 크게 자동화설비 등에 사용되는 일반 감속기와 반도체 장비, 산업용 로봇 등에 쓰이는 정밀 감속기 등으로 나뉜다. 에스피지는 1990년대 초 일반 감속기를 국산화한 이후 2010년대 중반 정밀 감속기 개발에 나서 지난해 하반기 상용화에 성공했다. 에스피지가 개발한 정밀 감속기는 로봇 제조사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제조하는 협동 로봇이나 2차전지 조립 공정 물류 자동화 공정 등에 쓰이고 있다.

로봇 감속기라고도 불리는 정밀 감속기는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와 나브테스코 같은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에스피지는 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상용화 단계인 협동 로봇 외 하반기에 자율 운행 물류 로봇(4축 구동 휠), 방산용 감속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4분기 이후엔 4족 보행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에 들어가는 감속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11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기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지 정밀 감속기 시장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서다.

에스피지의 모태는 1973년 모터 제조사로 출발한 성신이다. 에스피지는 성신을 이끌던 이준호 회장이 감속기 국산화를 목표로 1991년 설립했다. 3년 뒤 여 대표를 영입해 의기투합하면서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여 대표는 “당시 국내 일반 감속기 시장의 95%를 일본 기업이 장악했다”며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피지의 수출 비중은 매출의 75%에 이른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현재 에스피지는 일반 감속기가 부착된 모터(기어드 모터) 시장 국내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과 국내 자동화 장비회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매출은 4405억원, 영업이익은 25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간 주가는 로봇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51.30% 상승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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