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아직 고평가…부동산 신용리스크 확산 가능성"

입력 2023-06-08 13:48   수정 2023-06-08 13:52

한국은행이 현재 집값 수준이 여전히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을 8일 내놨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다른 부문으로 전이돼 금융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기료와 가스요금 등 미뤄진 공공요금 인상이 계속돼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득에 비해 집값 높다
한은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놓고 국회에 제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방향 등을 정리한 것으로 한국은행법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발간하게 돼있다. 현재는 3개월마다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리스크(위험) 요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가계부채 비율도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 리스크도 언급됐다. 한은은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여타 부문과 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잠재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큰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증권사와 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도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신용·유동성 위기'의 불씨도 아직 살아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아울러 "채권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은행채의 대규모 만기 도래,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소진에 따른 주택저당증권(MBS) 추가 발행, 세수 실적 부진에 따른 국채 발행 등 수급 부담 요인까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요금발 '끈적한 인플레' 우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나타내는 다양한 근원 지표들이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으나 근원물가는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지연돼온 공공요금 인상이 지속될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거론됐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며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되면 성장 하방 위험과 외환 수급 불균형 위험이 커지면서 대외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중립 금리 범위를 소폭 웃도는 '긴축적 수준'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차원에서는 올해 들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져 긴축의 정도가 상당 폭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당시 의결문에 담긴 내용과 같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동안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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