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랴부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아직 본격적인 태풍이 오기도 전인데 10년 만에 최대 폭우가 내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 해 놓은 안전조치로는 대비할 수 없는 재난이 앞으로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다.
서울시는 이날 염곡동서지하차도와 구룡터널 등에서 오세훈 시장 등의 주재 하에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관내 163개 지하차도를 긴급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아직 진입 차단 설비가 없는 곳에는 발광다이오드(LED)표지판을 임시로 설치해 침수 시 차량 진입을 막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낡고 오래된 저지대 주택들은 대표적인 재난 취약점이다. 각 지자체장들은 저마다 현장을 방문해서 안전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 부평구 십정동과 남동구 구월동 등을,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어진 지 80년 가까이 된 중구 소재 노후아파트 2곳을 방문했다. 부산시는 해당 아파트가 붕괴 위험이 있다고 보고 주민 21명을 임시 숙소로 안내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직 홍수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많은 양의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급박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보성 벌교천 현장 등을 살피고 둑 붕괴 등에 대비를 당부했다.
상류 지역의 댐 방류로 수위가 불어난 하류 지역에서는 수위가 올라간 하천 주변의 제방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부산시도 이날 낙동강 수위가 홍수주의보 수준(4m)에 근접한 3.89m까지 오르자 주변 생태공원의 진입도로와 보행로를 차단했다.
경기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한강이 가득 차면 서울 지류인 안양천과 안양천의 지류(학의천·목감천)가 범람할 수 있다"며 "역류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지역도 지자체들의 집중 점검 목록에 올라 있다. 산불이 난 곳에는 나무가 없어진 만큼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다. 경남 밀양시는 춘화리 산불 피해지역의 나무 상황과 사방댐 공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사장 주변이나 포트홀(도로파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도 요주의 대상이다. 광주광역는 도시철도2호선 주변 지역 등에 대한 시민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즉각 안전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었던 포항시도 이강덕 시장 주재 하에 산사태 위험지역, 급경사지, 절개지, 대형공사장 등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한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도 앞서 2021년 9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을 발의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성주 고령 칠곡)은 지난해 12월 산림보호법에서 산림재난과 관련한 내용을 분리·체계화한 ‘산림재난방지법안’을 내놨다. 다만 법안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닌 만큼, 위기시에는 관할구역을 따지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충청, 남부지방, 제주도에 100~200mm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수도권과 강원 북부에는 18일 5~60mm가량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전국종합/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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