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외교 수장 교체한 중국…무슨 일이 있었길래?

입력 2023-07-26 10:42   수정 2023-08-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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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이 외교정책을 이끄는 친강 외교부 장관과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인 이강 인민은행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군부엔 '절대적 충성'을 강조하면서 기강 잡기에 나섰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시 주석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7개월 만에 사라진 늑대 외교의 상징

지난 2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상무위원회를 열고 한 달 넘게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친강 중국 외교부 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그 빈자리를 전 외교부 장관을 지낸 왕이 정치국 위원이 메꾸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온갖 뒷말이 무성하다. 공세적 외교를 지향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친 장관이 특별한 설명없이 갑자기 해임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베트남·캄보디아 외교부장과 베이징 회담을 끝으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친 장관의 부재가 길어지자 해외 매체 등을 통해서 건강 이상설, 불륜설, 노선투쟁설, 간첩설 등이 불거졌다. 중국 정부는 친 장관의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친 장관의 부재가 길어졌을 때 중국 당국은 건강상 이유라는 답을 내놓았다. 지난 11일 왕원빈 대변인은 “친강 부장이 신체(건강) 원인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불륜설이 떠올랐다. 홍콩 피닉스TV 앵커 푸샤오톈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작년 3월 친강 당시 주미 대사와의 인터뷰 사진과 친강의 혼외자로 추정되는 그녀의 아들 사진을 올린 것이 불륜설의 근거가 됐다. 푸샤오텐도 기혼자로, 그녀의 남편은 중국의 유명한 수학자인 스샤오펑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친강이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강이 반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시 주석에게 흘렸다는 것이다. 당 중앙위원급의 고위 간부가 여성 편력만을 이유로 낙마한 선례가 드물다는 이유로 노선투쟁설에 무게가 실렸다. 우궈광 미국 스탠퍼드대학 선임연구원은 “당내 친러파가 시진핑에게 친강은 친미파라고 고발했다. 파벌 알력과 권력투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미국의 소리(VOA)에 말했다.

'군 기밀 유출설'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중국 로켓군 부대 관련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이 보고서에 담긴 민감 정보가 친강의 소극적 대응으로 미국에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당시 중국 로켓군 부사령관을 지낸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장전중 중장과 그의 후임 류광빈 로켓군 부사령관이 체포됐다. 지난달에는 로켓군 사령관인 리위차오 상장도 공안에 끌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리위차오의 아들이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중국 로켓군 정보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 통로로 지목됐다. 이 문제에 있어서 친강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이메일을 해킹당했는데, 이때 친강 관련 정보가 포함된 게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왕이를 재등판 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외교라인 정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로써 친 장관은 중국 최단명 외교부 수장으로 기록됐다. 작년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에서 외교부장에 정식 임명된지 208일 만에 낙마다. 지난 3월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으로 임명된지는 138일만이다.
◆시험대 오른 시진핑 리더십

친 장관 뿐만 아니라 작년 3월 유임된 이강 인민은행장 교체도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5일 이강 인민은행장이 물러나고,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 겸 공산당위원회 서기가 행장으로 임명되면서다. 이강 행장은 류허 경제담당 부총리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특히 금융 부문에서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이 탓에 거시 경제를 총괄하는 인민은행장을 4개월여만에 교체한 것은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내수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강 행장이 자넷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미 국채 매입 압박' 요구를 사전에 알아채지 못하는 등 시 주석의 신임을 잃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지도부의 집안 단속 강화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한 이강 행장의 배경이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강이 갖고 있는 미국 영주권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며 "그만큼 지도부 내부의 사상검증이 강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외교-경제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당내 기강 강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군부를 향해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1일 베이징 회의에 군간부를 소집해 “군 지휘부 내 당 규율을 확립하는 것이 군의 100년 목표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정치적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의 핵심은 절대적이라는 단어에 있다”고도 언급했다. 한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가 벌어지자 시 주석이 큰 위협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시 주석에게 시급한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포스트모닝차이나(SCMP)는 친강의 후임으로 왕이를 재발탁한 것은 "당 규약과 선례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그만큼 시 주석이 당 지도부 장악 문제에 대한 정치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믿을 수 있는 왕이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외교-경제라인 수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사실상 인사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시 주석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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