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기도 가서도 힘들다"…항공사 '황금 노선'의 몰락

입력 2023-08-04 14:30   수정 2023-09-03 00:02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억눌렸던 항공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노선은 회복을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 때 일본과 함께 한국인들이 자주 찾았던 중국 노선이 지금은 항공사들엔 ‘계륵’처럼 변한 것이다. 전통의 황금노선이어서 노선을 닫기 힘든 상황에서 승객은 늘지 않아 항공사들의 실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여객회복률 코로나 전 5분의 1
4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여객회복률은 2019년 같은 기간의 2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주노선은 98.8%로 코로나 전을 거의 회복했고, 일본 노선도 75.5%, 일본과 중국 제외 아시아 노선 역시 73.0%로 평년에 접근 중이다. 그나마 중국 노선의 여객회복률은 엔데믹이 시작된 올 들어 국내 항공사들이 노선을 재개하며 조금씩 증편한 결과다. 올초엔 10%에 불과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펜데믹 종료로 다른 노선을 급속도로 회복하는데, 중국 노선은 상승률이 아직도 더디고 예약률도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전 수익성이 좋아 ‘황금알’을 낳는 중국 노선이었지만, 올해는 항공사 실적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매출은 2199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4621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이에 따라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2019년 12%에서 올 상반기 5% 안팎으로 주저 앉았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중국 노선을 가장 많이 유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을 2019년 주당 191회에서 이날 기준 79회로 3분의 1 줄인 상태다.

中 가기도 가서도 힘들어
중국 노선이 계륵처럼 변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비우호적인 관광 환경과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로 비즈니스 수요까지 감소한 탓이다. 중국 정부는 여행비자 신청시 부모의 직업과 학력, 외국어 활용 여부를 적어내게 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도 중국 비자발급 시 직접 비자발급센터에 방문해 열손가락 지문을 다 찍어야 비자 신청 가능하다. 비자를 발급 받고 중국 땅을 밟아도 외국인은 3성급 이상 호텔만 머무를 수 있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부터는 반간첩이 시행돼 중국 여행과 출장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지도나 통계검색도 유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관광객들은 엔데믹을 맞아 환율도 좋고 비자 발급 없이도 갈 수 있는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의 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4분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중국노선이 많은 대형항공사(FSC)들은 최근 견디다 못해 중국 일부 노선을 잠정 중단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9일부터 인천~샤먼 노선 운항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핵심 비즈니스 노선인 김포~베이징 노선, 인천~선전 노선 운항을 멈췄다.
無비자·無운수권 지역 노린다
국내 항공사들은 하반기 중국 하늘길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중수교 31주년이 이달 24일이고 다음 달 23일부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재개할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LCC사들은 중국인들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 노선에 집중하면서 운수권이 없이 갈 수 있는 산둥반도(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나 상대적으로 여행이 자유로운 홍콩, 마카오 노선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인천~홍콩, 제주~베이징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에어부산은 지난달부터 부산~마카오 노선을 재운항한다. 그동안 일본 노선 위주로 운항해온 에어서울도 오는 10월께 홍콩 노선 취항을 재개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 회복 속도가 일본, 동남아 노선에 비해 절반도 못 따라오는 게 현실이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며 “하반기에 늘어날 중국인의 한국 관광, 한국인의 중국 관광 수요에 대비해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김재후 기자 hu@hn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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