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경계' DMZ에 몰려든 예술가들

입력 2023-08-30 18:39   수정 2023-09-01 15:50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수많은 모순을 품고 있는 장소다. 그곳은 국경이 아니면서도 국경이고, 누구도 살지 못하는 ‘금단의 땅’이지만 멸종위기 동물이 번성하는 ‘자유의 땅’이다. 모순은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주제. 백남준을 포함해 영국 조각가 앤터니 곰리 등 국내외 예술 거장들이 DMZ를 주제로 작품을 발표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열고 있는 ‘리얼 DMZ 프로젝트’는 이런 작품을 모은 전시이자 미술 운동이다. 올해 전시 ‘DMZ:체크포인트’ 개막일은 9월 1일. ‘모순의 경계’ DMZ를 주축으로 국내외 작가 27명의 작품 60점을 만날 수 있다. 김 예술감독은 “리얼 DMZ 프로젝트는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예술적 시각으로 환기하는 전시”라며 “올해는 젊은 작가가 많이 참여했는데, 분단과 남북 대립을 소재로 한 작품보다는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추상적인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 개성공단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정소영의 ‘환상통’, 요네다 도모코의 ‘마을-남한과 북한 사이의 서부전선 전경’,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 경계와 흔적’, 박보마의 ‘초록의 실제’ 등이 전시됐다. 캠프그리브스는 70년 전 미군2사단 506연대가 주둔한 기지다. 미군들이 사용한 거대한 체육관과 막사, 화장실까지 모두 전시공간이 됐다. 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용선의 대형 회화, 이재석이 텐트를 그린 작품, 함경아의 설치작업 등을 접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이역만리 극동의 나라를 지키러 온 병사들. 그들이 울고 웃으며 땀흘린 곳에 내걸린 작품들은 시내 어느 미술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마지막 전시 장소인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는 김홍석의 텐트천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 등이 있다.

전시 장소는 서울에서 멀고 관람하려면 검문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미술관 안에 갇힌 작품이 아닌, 현실을 다룬 예술을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가는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도라전망대~캠프그리브스~평화누리를 도는 코스다. 전시 기간 금·토요일 오전 9시에 버스가 출발하며 온라인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개인전과 미술계의 호평이 자자한 ‘오프사이트’(입장료 별도)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날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다.

두 번째는 케이블카 ‘평화 곤돌라’를 타고 캠프그리브스에 설치된 작품들을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는 것. 도라전망대와 평화누리는 함께 관람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매일 오후 2시40분 출발하는 순환형 버스 ‘DMZ 평화관광 버스투어’를 현장 신청(선착순)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건 신분증이다. 신분증이 없으면 민간인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

전시는 9월 ‘KIAF-프리즈’를 계기로 방한하는 해외 미술 관계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체관람도 이미 수차례 예약돼 있는 상태다. 9월 23일까지 열린다.

파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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