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국지전일 뿐"…증시 '학습효과'로 중동 리스크 뚫어

입력 2023-10-10 18:33   수정 2023-10-18 17:09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시장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우려에서다. 국제 유가를 좌우하는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이라는 점에서 위기의식은 더 커졌다.

하지만 9일 미국 증시는 이런 걱정을 잠재웠다.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발언에 S&P500·나스닥·다우 등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상승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보다 수백만 명을 덮친 재앙의 영향력이 더 작았다”고 평가했다. 이튿날인 10일 홍콩증시(0.95%)와 도쿄증시(2.43%)는 상승 마감했다.
“전쟁 영향 파악하려면 수일 걸릴 것”
시장이 이번 분쟁에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은 전쟁 추이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이번 전면전으로 인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양 세력 간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이 경우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시장 불안은 빠르게 잦아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면전이 장기화하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국지전으로 제한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도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최악의 상황은 이란 등 중동국가들이 참전하는 경우다. 최근 이란은 원유를 5년 내 최대치인 하루 310만 배럴 이상 생산해 15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개입에 맞서 원유 수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국제 유가는 출렁일 수 있다. 이란이 하마스·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무장집단의 배후로 지목되지만 아직 전쟁에 직접 개입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애나 레스번 CBIZ 투자자문은 “(포성으로 인한) 먼지가 피어올랐다가 가라앉고 있다”며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파악하려면 수일이 걸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동 ‘키 플레이어’ 확전 의사 없어
중동의 ‘키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인 확전 의사가 없다는 점도 이번 분쟁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찰스 Q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이란에 그 메시지를 크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에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개입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중동 데탕트(화해)’를 추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통적 수니파 이슬람 맹주인 사우디도 난감한 처지다. 국내외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같은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야 하지만 이 경우 시아파인 이란을 간접적으로 돕게 되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추가 개입에 나서면 미국으로부터 다시 수출 제재를 당하는 등 경제 봉쇄 가능성을 무릅써야 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0일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저자세를 유지했다.

이런 지정학 분쟁이 국제 증시에서는 단기 요소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LPL 리서치는 1941년부터 발생한 국제 분쟁을 집계한 결과 사태가 발생한 당일 S&P500지수는 평균 1.1% 내렸고, 하락 기간을 통틀어 6.1% 빠졌다고 분석했다. 통상 22일 뒤에는 주가가 바닥을 치고 50일이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S&P500지수는 당일 0.3% 올랐고, 6일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김인엽/신정은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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