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노동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제약회사인 페링파마슈티컬스 등은 올해 이직하는 직원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미국 퇴직자 가운데 자발적 퇴직 비율은 지난 9월 기준 2.3%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 4월에만 해도 자발적 퇴직 비율은 3%에 달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재 직장을 계속 다니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인력개발 기업인 아데코그룹의 데니스 마추엘 최고경영자(CEO)는 “퇴사자가 감소하는 건 확실하다”며 “사람들은 거시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않고 현재 직무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의 노동시장 열기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는 15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18만 명)를 밑돌 뿐 아니라 9월 고용 건수 수정치(29만7000건)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9월 중순부터 시작된 미국자동차노조(UAW) 파업을 감안하더라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특히 올 들어 나타나는 실업률 추이를 통해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높아지는 실업률을 두고 ‘샴의 법칙’을 적용했다. 샴의 법칙에 따르면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침체다. 현재 3개월 실업률 평균은 3.83%로, 지난 1년 최저치인 3.5%와 0.33%포인트 차이가 난다. 0.33%포인트 차는 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됐거나 진행될 가능성이 40%에 이른다.
이직률이 필요 이상으로 떨어지면 기업은 인사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승진 기회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신규 경력직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한 해 계획해 놓은 인건비의 총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승진과 스카우트를 진행하려면 기존 직원을 감원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원을 단행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CNBC는 씨티그룹이 최소 10%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직원 24만 명 가운데 최소 2만4000명을 내보내겠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정리 해고를 진행 중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지난달 중순 콘퍼런스콜에서 “이직률이 매우 낮아 일부 비용 절감 계획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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