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한 지 이틀째인 7일에도 증권가에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선진화하겠다는 명분으로 공매도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한국 공매도 제도를 비교해보면 물론 개선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면서까지 개선할 만큼 불합리한 제도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공매도 대여 상환 기한에선 한국 개인투자자가 몇몇 국가에 비해 유리하다. 한국은 개인이 90일 단위로 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갱신 회차에 제한이 없지만 증권사마다 최대 1년 제한 등 세부 규정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 경우 180일 이내에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 일본과 대만에 비해 유리하다.
국내 기관의 상환 기한은 3·6개월에서 최장 1년 단위로 갱신된다. 기관은 대여자의 회수 요청(리콜)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규정이 붙는다.
주요국의 합법적 거래 기준은 훨씬 느슨하다. 미국 영국 홍콩 등은 결제일까지 차입할 수 있는 주식 ‘로케이트’(소재 파악)부터 합법으로 인정해준다. A증권사 직원이 B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빌려줄 수 있는 주식이 100주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 A증권사가 100주만큼을 공매도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에선 증권사가 결제일까지 차입할 수 있다고 봤다는 근거로 메신저 기록이나 통화 녹음본, 메모 등을 제출할 수도 있다.
처벌 강도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2021년 4월부터 불법 공매도를 시도한 이에게 1년 이상 30년 이하(가중 시 50년 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 같은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도 아직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이 2021년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1만744주(251억원어치)를 무차입 공매도했다가 적발돼 과징금 38억7400만원을 받은 게 기존 불법 공매도 과징금 최고 액수다.
이에 비해 미국은 무차입 공매도에 500만달러(약 65억6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한다. 벌금은 부당 이득의 10배로 매긴다. 영국은 아예 벌금에 상한선을 두고 있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지금 한국 증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불법행위자를 열심히 잡아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라며 “개선 방향성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합법적인 거래기법을 막는 건 자본시장의 글로벌 신인도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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