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즈VR은 SM엔터 자회사인 스튜디오리얼라이브와 에스파의 VR 콘서트를 지난달 메가박스에서 개봉했다. 관객은 극장에서 메타의 최신 VR 기기인 퀘스트3로 VR 영상을 보면서 극장 스피커로 노래를 즐길 수 있다. 퀘스트3의 혼합현실(MR) 기능을 활용해 가상 응원봉을 흔드는 것도 가능하다. 관람객의 관람 평균 평점은 10점 만점에 9.8점에 달한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는 “극장에 K팝 아티스트 VR 전용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VR 스타트업 벤타브이알도 최근 오마이걸과 가수 이채연의 VR콘서트 ‘걸스 인 원더랜드’를 CGV에서 상영했다.
유명인 IP를 음성으로 활용한 서비스도 나왔다. AI 스타트업 배리어브레이커스는 지난 9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음성 채팅 서비스인 민트톡을 출시했다. 우선 인기 방송인 덱스와 가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놨다. 배리어브레이커스가 개발한 AI 거대언어모델(LLM)이 덱스의 음성과 말하는 방식, 덱스 관련 정보 등을 학습해 덱스를 소리로 재현했다. 민트톡은 출시 첫날 한국 일본 미국 대만 브라질 등 50여 개국에서 1만여 명이 이용했다. 김정근 배리어브레이커스 대표는 “덱스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유튜브 등의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다른 아티스트의 IP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에선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 첫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입장권 1만 장이 예매 시작 8분 만에 매진됐다. 버추얼휴먼 스타트업 펄스나인이 제작한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도 8월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스튜디오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열었다.
버추얼휴먼 엔터테인먼트 기업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AI를 활용해 버추얼 아이돌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일명 ‘페르소나 AI’를 개발 중이다. 페르소나 AI는 특정 아티스트의 캐릭터와 정체성을 학습해 팬과 아티스트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술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에 페르소나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메이브는 팬의 질문에 기계적인 답변이 아니라 과거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각 멤버의 정체성과 말투로 1 대 1 맞춤형 대화를 하게 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버추얼 아이돌과 대화할 수 있는 페르소나 AI를 업계 최초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일종의 캐릭터 사업으로 볼 수 있다. IP 확장이 쉽다는 게 장점이다. 웹툰, 게임 등 팬덤을 활용한 각종 IP사업에 캐릭터를 적용할 수 있다. 열애설 등 사생활 문제에서 자유롭고 멤버들의 외모 관리 필요성이 없는 것도 스타트업이 앞다퉈 버추얼 아이돌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AI 기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마케츠는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7억4000만달러(약 14조2788억원)에서 2027년 348억6000만달러(약 46조3463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가 존 레넌의 1970년대 목소리를 학습하고 해당 음원으로 비틀스 신곡을 내놨는데 54년 만에 영국 음악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며 “첨단 기술 발달로 유명인의 IP 가치는 더 커지고 관련 시장은 예상보다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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