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다꾸' 시장이 작다고? 아티스트 IP로 폭발력 가질 것" [긱스]

입력 2023-12-04 15:18   수정 2023-12-04 22:1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다꾸(다이어리 꾸미기)'좀 해보셨나요? 어릴 땐 교환일기도 써봤고, 연말이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으러 e쿠폰도 열심히 모았죠. 요즘 10, 20대는 태블릿PC에서 플래너를 꾸밉니다. 필기의 경험이 종이에서 태블릿PC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온라인 다꾸 시장을 선점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디지털 문구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는 누트컴퍼니인데요. 한경 긱스(Geeks)가 신동환 대표로부터 지식재산권(IP)과 결합한 디지털 문구 시장의 미래를 들어봤습니다.



시작은 종이 노트였다. 아마존 쇼핑몰에서 우연히 본 코딩 노트를 직접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화학기호를 그리기 쉬운 핵사노트, 디자인을 가미한 노트까지 만들어 핫트랙스에도 팔았다.

2020년 종이로 팔던 노트를 PDF로 만들어달라는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제 태블릿 PC에서 필기를 한다는 얘기였다. 온라인 다이어리 서식, 스티커 이미지 등 디지털 문구 플랫폼 '위버딩'이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2020년 출시된 위버딩은 현재 2700여명 크리에이터가 만든 1만7000여종 디지털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디지털 문구 플랫폼이 됐다.

위버딩을 운영하는 누트컴퍼니의 신동환 대표는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문구 시장은 절대 작지 않다"며 "지식재산권(IP)과 연계해 굿즈가 되는 순간 폭발력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트컴퍼니는 내년 상반기 굿즈 출시를 목표로 아티스트 IP 회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흑자전환도 예상했다.

세계 1위 필기 앱 '굿노트'라는 든든한 우군도 만났다. 지난해 신 대표가 직접 링크트인에서 연락해 굿노트와의 협업이 시작됐으며, 아예 누트컴퍼니에 전략적 투자까지 단행했다. 전 세계 5000만명 필기 앱 이용자들이 옆에 놓고 쓰는 필수 앱이 되겠다는 목표다.

신 대표는 군 휴학 중인 2018년 누트컴퍼니를 설립했다. 학교 다니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찾았다고 생각했던 게 본격적인 창업으로 이어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가를 꿈꿨던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입학 면접 때 가상의 의료로봇 회사 최고경영자(CEO) 명함을 돌릴 정도였다. 스물셋에 창업해 아직 스물여덟인 그는 "요양원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직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하고싶은 것을 다해도 너무나 짧은 인생"이라고 말했다.

Q. 대학생 때 노트를 팔다가 창업했다고요?
아마존에서 독특한 패턴의 노트를 팔더라고요. 코딩을 쓰기 편하도록 패턴이 그려져 있는 노트였어요. 디자인권이 등록된 상품이 없길래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어요. 최초의 핵사노트, 코딩노트, 패션디자인 노트의 시작이었어요. 한권에 4000원 정도에 팔았는데, 1쇄 때 400만원어치를 찍어서, 1000만원을 벌었어요. 당시에 번 돈으로 인스타그램에 노트 광고를 해서, 나중엔 핫트랙스에도 들어갔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 학교 문구점에 입점하려면 사업자 번호가 필요했거든요. 새로운(New) 노트라는 의미의 '누트'라고 이름도 지었죠. 당시 군 휴학 중이기도 했고, 학교 다니면서 재미있게 해볼 만한 프로젝트를 찾았다고 생각했죠.

Q. 실물 노트에서 디지털 문구로 사업 아이템을 전환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18년 11월 법인을 설립해 실무를 쌓다가 이듬해 2학기에 복학했어요. 그때쯤 노트로 판매하던 것을 PDF로 만들어달라는 고객들 요청이 하나둘 들어오더라고요. 2020년을 넘어가면서 문의가 많아지길래, 고객들에게 물어봤죠. 이제 노트 대신 태블릿을 쓰기 때문에 디지털 노트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때가 '아하의 모멘트'였어요.

PDF 매출은 종이 노트에 비하면 크지 않았지만, 부업 작가를 한 명 한 명 모으는 재미가 있었어요. 당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에서 이모티콘이나 스티커 등을 파는 부업 작가가 200명 정도 있었는데, 그들을 한곳에 모아 팔던 사이트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위버딩 사이트에서 판매해 달라고 설득했죠. 당시 핫트랙스가 3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수수료로 작가들을 모셔 왔죠.

Q. 공동창업자 세 명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고동균 이사는 고등학교 친구예요. 충북 영동군에 있는 영동고를 나왔어요. 둘 다 군 휴학을 하고 요양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코딩 노트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친구였어요. 손재주가 좋고, 일 벌이기에 가장 좋은 사람 있잖아요.

이채영 COO는 처음엔 노트 디자이너로 영입했어요. 당시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재학 중이었는데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세포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했더라고요. 세포 그림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했죠.



2019년 3월 셋이서 다 함께 만났어요. 서로 스타일이 아주 달라요. 채영님은 진취적인 공격수, 저는 현실적인 미드필더라면, 동균님은 꼼꼼한 수비수 같아요. 의사 결정 할 때도 성격이 다 나와서 많이 싸워요. (웃음) 시드 투자자인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님도 저희 셋의 조합을 좋게 봐주셨어요. 사업이란 게 확정되는 게 아니고 많이 바뀌기 때문에, 셋이 성격이 다른 게 낫다고 보신 것 같아요.

Q.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사업이 된 계기는?
2020년 3월 디지털 템플릿을 시도하던 때였어요. 그때 채영님이 졸업 시기이기도 해서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지 말지를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그래서 투자자로부터 검증을 받아보기로 했어요. 디지털 템플릿이라는 게 새로 생기는 시장이라, 저희도 뭘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엔젤클럽에 콜드 메일을 보내 소개자료를 보냈더니, 한 엔젤투자자가 선뜻 1억5000만원을 투자해 주셨어요.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지금까지도 주주로 남아 계세요.

Q. 2700명이 넘는 입점 작가들을 어떻게 모았나요?
일일이 연락해서 200명을 모았어요. 1000명을 확보하기까지는 온라인 광고를 집행했어요. 작가님을 모으는 데 돈을 많이 썼죠. 1000명에서 2000명까지는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늘었어요. 태국 작가들이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광고를 태워 2700명으로 늘었어요. 현재 1900명이 국내 작가, 800명이 해외 작가예요. 시기적으로 보면, 2020년 말 100명, 2021년 말 700명, 2022년 말 2000명, 현재 2700명을 돌파했네요.

Q. 지금까지 투자 유치 상황은?
2021년 7월 캡스톤파트너스, 슈미트, 디캠프로부터 6억5000만원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듬해 5월 미국 벤처캐피털(VC) 스트롱벤처스로부터 22억원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올해 9월 굿노트로부터 25억원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요.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7억원이에요.

Q. 글로벌 필기 앱 1위 굿노트와는 어떻게 연결이 됐나요?
작년 말 제가 굿노트에 직접 연락했어요. 링크트인으로 5번 채팅을 보냈어요. 처음엔 마케팅팀 직원에게 보냈는데 회신이 없어서, 프러덕트 개발팀, 프러덕트 리더에게 보냈죠. 그러다 민트라 부사장에게 보냈더니 바로 회신이 왔고 이어 줌 콜을 잡았죠.

학교 다닐 때부터 굿노트를 사용했어요. 우리 고객들도 위버딩에서 구매한 템플릿을 굿노트에서 사용하죠. 2020년 디지털 템플릿을 시작할 때부터 굿노트가 우리가 하는 사업, 즉 직접 문구를 만들거나 크레에이터를 영입해 판매하는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굿노트가 지금은 온라인 숍을 운영해요. 위버딩에서 공급받는 상품을 거기서 판매하는 거죠.

Q. 굿노트로부터 인수 제안은 없었나요?
올해 2월 말 굿노트에 위버팅 상품을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어요. 협업을 진행하다가 4월 말 처음 투자 얘기가 나왔어요. 처음엔 투자자 전체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는데 조율 끝에 투자 형태로 바꿨어요.

위버딩 자체로 좀 더 해볼 만한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업계를 선도하는 굿노트가 시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굿노트가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니, 위버딩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마케팅 비용이 낮아지고 있어요.



Q. 온라인 디지털 문구 시장이 얼마나 클까요?
태블릿 PC 사용자가 10억명인데, 그중 5%가 필기 앱 사용자예요. 전 세계 5000만명이죠. 굿노트 사용자가 2000만명으로 필기 앱 1위고요. 학생들은 공부할 때 다 필기 앱을 써요. 코로나19 팬데믹이 1차 웨이브였다면, 지금 2차 웨이브가 일고 있는 게 초중고에서 태블릿을 나눠주고 있어요. 디지털 교과서를 쓰기 시작하는 거죠.

플래너는 신학기나 연말연시에 주로 팔리는데, 이게 캐릭터를 입힌 굿즈가 되면 기존 매출을 훨씬 뛰어넘을 겁니다. 현재 K-pop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가진 회사와 협업 중인데, 내년 상반기 중 아티스트 굿즈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아티스트 굿즈 시장은 최소 100억원대 시장을 예상합니다. 필기 앱 사용자의 4%가 5000원씩 산다고 해도 최소 100억원 시장이죠.

Q. 흑자전환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현재 쓰는 것의 70%는 벌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전환을 예상합니다. 작가들을 모아서 직접 거래하는 개인 대상(B2C) 사이트로 시작했는데, 이 중 일부를 굿노트에 팔면서 기업 대상(B2B) 매출이 B2C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시 B2C를 키울 겁니다. 위버딩은 크리에이터 중심이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은 우리가 굿노트보다 6배 정도 높아요.

Q. 올해 7월 위버딩 앱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성장세가 어떤가요?
모든 B2C 전략을 앱 서비스를 키우는 데 맞추고 있어요. 올해 7월 위버딩 모바일 앱을 출시한 지 1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3만 건을 달성했어요. 올해 1~9월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0% 성장했고요.

지금까지는 커머스였는데 앞으로는 유틸리티와 커머스를 같이 가려고 합니다. 굿노트 같은 필기 앱을 쓸 때 옆에 띄워놓고 같이 써야 하는 필수 앱으로 가는 게 목표에요. 최근엔 앱 내 보관함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어요. 보관함을 이용하면 위버딩과 필기 앱을 한 화면에 동시에 띄워놓고 디지털 문구 콘텐츠를 간편하게 가져와 사용할 수 있어요. 그동안 커머스에서 구매한 템플릿을 굿노트에서 불러오는 과정이 길었는데 이를 대폭 단축한 거죠.

Q. 경쟁사는 어디인가요?
위버딩과 똑같은 마켓은 없어요. 텐바이텐, 아이디어스나 네이버 스토어, 인스타그램이 경쟁사라고 볼 수는 있지만, 위버딩 같은 버티컬 마켓은 없어요. 미국 크래프토라가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Q. 글로벌 현지 진출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요?
예전엔 해외 작가를 확보하면 해외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그런 전략을 시도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한국 작가는 업으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해외 작가는 좀 더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앱 서비스를 중심으로 B2C 전략을 밀고 있다고 했잖아요. 각국 앱 차트 순위권에만 들어도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각국에서 필기에 돈과 시간을 많이 쓰는 '진성 유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굿노트가 이미 현지화 작업을 해놨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설립 5년 차 누트컴퍼니의 점수를 매긴다면?
70점을 주고 싶어요. 가점 요소는 지금도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에서 생존했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와 같이 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거예요. 작가를 양성하는 노하우도 생겼어요.

감점 요인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수익화하는 부분이에요. 개인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을 좀 더 하나의 커뮤니티로 모으는 게 목표에요. 지금까지는 각국 통화로 결제되는 커머스였는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현재 내부 화폐를 개발 중이에요.



Q. 10년 뒤 누트컴퍼니는 어떤 회사가 돼 있을까요?
5년 뒤를 상상해봤는데, 태블릿 설치하면 꼭 설치하는 필수 앱이 돼 있을 거예요. 두 번째는 IP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문구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지 않을까요.

10년 뒤엔 한 번 더 창업을 하지 않을까요. 대학 입학 면접 때 면접관들에게 제 명함을 나눠드렸어요. 그때 가상의 의료 로봇 CEO 명함이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을 꿈꿨어요. 뭔가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레고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어요.

Q. 창업가 DNA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가요?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어머니는 간호사세요. 틀에 갇혀 있지는 않았어요. 외동아들인데, 부모님이 처음엔 창업한다고 했을 때 조금 반대하셨다가, 나중엔 매우 지지하셨죠. 요양원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그때 진로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어요. 생각보다 인생이 짧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짧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Q. 앞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요?
필기 경험이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급격히 넘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문구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건데, 우리가 가장 앞에 있다 보니 새로운 변화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콘텐츠 사업 외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게 교육 분야에요. 뭔가를 성장시키는 데 관심이 있어요. 그게 크리에이터 양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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