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인도에 폭우가 내렸다. 밀가루 설탕 등 재료 가격이 급등해 소금빵 생산 비용이 500원씩 높아졌다. 영수 영호 광수 상철은 각각 소금빵 가격을 3500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소금빵이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을 쳤다. 정부는 소금빵 가격을 올리는 사람은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소금빵 사무관’도 지정했다.
정부의 으름장에 생산자들은 슬그머니 가격을 3000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상철이다. 소금빵 생산비용이 3000원으로 높아진 상철은 3000원에 팔아서는 이윤을 낼 수 없다. 고민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소금빵을 아주 살짝 작게 만드는 것이다. 상철네 가게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소금빵을 좋아하는 네 사람이 있다. 영숙 정숙 순자 옥순이다. 네 사람이 소금빵을 좋아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영숙이 가장 좋아한다. 그는 소금빵 한 개에 4500원까지 낼 의사가 있다. 정숙은 4000원, 순자는 3500원, 옥순은 3000원이면 소금빵을 사 먹을 생각이다. 이처럼 어떤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최고 금액을 지불 용의라고 한다.
3000원이었던 소금빵이 3500원으로 오르면 옥순은 소금빵을 사 먹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물가 단속 덕분에 소금빵이 다시 3000원으로 내려가면 옥순에게 특히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소금빵 생산자 중 상철이 소금빵 크기를 줄였다. 이런 행위까지 못하게 막는다면 상철은 소금빵 사업을 접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숙 정숙 순자 옥순 중 한 사람은 더 이상 소금빵을 먹을 수 없게 된다.
수요·공급 곡선에서 소비자 잉여는 수요 곡선의 아랫부분 중 가격 수준 윗부분의 면적이다. 생산자 잉여는 공급 곡선의 윗부분 중 가격 수준 아랫부분의 면적이다. 그림 1과 그림 2를 비교해 보면 정부의 가격 통제로 소비자 잉여는 삼각형 ABG에서 사각형 ACFE로 커지고, 생산자 잉여는 삼각형 BDG에서 삼각형 CDF로 작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합친 총잉여는 삼각형 EFG만큼 줄었다. 가격을 내리면 한계 생산자가 시장을 떠나고 그로 인해 소금빵을 먹을 수 없는 소비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가격 통제는 공급 부족을 불러와 경제 전체의 후생을 떨어뜨리게 된다. 명목상 가격을 묶어 놓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참치캔 크기를 줄이고 김 한 장을 빼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난다. 고대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부터 ‘MB식 물가 관리’(이명박 정부 물가 대책)까지 동서고금에 걸쳐 반복된 일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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