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사실"…탕후루 '골칫거리' 해결한 대학생들 [인터뷰+]

입력 2023-11-21 10:55   수정 2023-11-21 10:59



"현재 탕후루가 유행이듯이 피카추 돈가스, 떡꼬치, 어묵, 소떡소떡 등 우리나라에는 언제나 유행하던 꼬치 음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탕후루의 인기가 장기화하며 함부로 버려지는 길고 날카로운 꼬치 쓰레기 문제가 꾸준히 지적받아온 가운데, 환경미화원 등 탕후루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대학생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국내 최대 규모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 와 손잡고 꼬치를 올바르게 배출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대학생 광고 공모전인 'HS애드 YCC' 본선에 진출한 팀 '185도씨'는 성균관대학교 서채령(24), 서울여자대학교 안선미(25), 숭실대학교 정신우(26), 중앙대학교 조다연(24) 4명의 학생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탕후루를 정말 좋아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탕후루를 사 먹는 '헤비 유저'"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즐기는 탕후루가 다른 누군가에겐 흉기가 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185도씨는 '꺾어-버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내걸고 탕후루 꼬치의 위험성을 알리고 꼬치를 반으로 꺾어서 버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작은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솔루션으로'라는 공모전 취지에 맞게 탕후루 꼬치 문제에 주목했고, 환경미화원의 근무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85도씨 팀원 조다연 씨는 21일 한경닷컴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탕후루 쓰레기에 대해 알아가던 도중, 꺾이지 않은 채로 버려지는 탕후루 꼬치로 인해 새벽에 일하시는 환경미화원분들의 손이 위험하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며 "단단한 탕후루의 꼬치가 쓰레기 봉지를 뚫고 나오는데, 새벽에는 이를 보기가 힘들어 지속해서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경미화원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과 아르바이트생분들, 지나가던 행인분들 등 많은 시민이 꺾여 있지 않은 꼬치로 인해 상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직접 만난 환경미화원분들은 주로 새벽에 일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꺾이지 않은 꼬치로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온 것을 미처 보지 못해 손을 찔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하셨습니다. 꼬치로 인한 부상은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 특성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큰 방해를 줄 뿐만 아니라,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타 업종 매장의 점주님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손님분들 중 꺾이지 않은 탕후루 꼬치를 몰래 쓰레기봉투 안에 넣는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역시 쓰레기봉투를 치우는 과정에서 봉투를 찢어 주변을 더럽히고, 손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된다고 합니다. 한 직원분은 쓰레기봉투 안에 탕후루 꼬치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해 쓰레기를 누르다 발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환경미화원이 "꼬치를 한 번 꺾는 것만으로도 이런 문제가 훨씬 나아질 것 같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하게 됐다. 조 씨는 "이 말을 듣고 저희 팀원들도 처음으로 꼬치를 꺾어 버려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정말로 사회에서 '꼬치에 대한 올바른 수거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며 "환경미화원뿐만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꼬치의 올바른 배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는 시급함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공익 캠페인의 일환인 '꺾어-버려!'를 기획하게 됐다. 이 캠페인은 탕후루 꼬치의 위험성을 알리고 꼬치를 반으로 꺾어서 버리는 방법을 제안한다. 길고 날카로운 꼬치를 반으로 꺾어서 버리는 것만으로도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탕후루를 받쳐주는 작은 종이컵에 캠페인 메시지가 담긴 그림과 문구를 넣고, 탕후루를 사 먹는 소비자들이 꼬치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꼬치를 꺾어서 배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왕가탕후루 측은 이들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조 씨는 "우리가 처음 캠페인 협업을 제안했을 때도 매우 긍정적으로 수락했다.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넓은 자유도를 부여해 주시며 많은 도움을 줬다"며 "따뜻한 지원 속에서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참여자분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조 씨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이 탕후루 꼬치를 제대로 배출하지 않는 이유가 '귀찮아서'나 '손에 소스가 묻을까 봐'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 '꺾어서 버려야 한다는 점을 인지조차 못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꼬치를 꺾어 버려야 한다는 점을 처음 알았다, 앞으로는 집에서도 이와 같은 쓰레기를 배출할 때 조심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여주신 시민들이 많았다"고 관심 정도를 전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꼬치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점을 인식한 후에는 지인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겠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꼬치를 꺾어서 버리는 것은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꼬치 수거 방법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접점이 존재만 한다면, 그 이후로의 행동은 쉽게 옮겨진다고 느꼈습니다. '꺾어-버려'의 가장 큰 목표를 '꼬치는 꺾어 버려야 한다'는 걸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한편 185도씨가 진행하는 캠페인은 오는 24일까지 서울 내 달콤왕가탕후루 가맹점 25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번 캠페인으로 갑자기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모여 시민분들께서 한 번이라도 해당 사안을 인식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꼬치를 올바르게 배출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꼬치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쓰레기를 버릴 때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고려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는 시점이 곧 오길 기대합니다. 누군가에게만 달콤한 탕후루가 아닌 모두에게 달콤한 탕후루가 될 수 있도록, 탕후루를 즐기신 이후에는 꼭 꺾어- 버려 주세요!"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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