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금속·곡물 '원자재 트리오' 강세…반도체·전기차 패권전쟁 가열

입력 2023-11-30 18:49   수정 2023-12-01 01:57

‘현실이 된 AI’ ‘첨단 미래산업 무한경쟁’ ‘새로운 에너지 지형’ ‘2차 냉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0일 발간한 <2024 세계대전망>에서 제시한 2024년의 키워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년엔 많은 기업의 업무에 인공지능(AI)이 투입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챗GPT가 지난해 10월 등장한 이후 전 세계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를 업무에 적용할 방법을 테스트했고, 상당수 기업이 업무에 응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워드·엑셀과 함께 내놓은 AI 챗봇과 같이 특화된 분야의 AI 제품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콘텐츠업계의 AI 활용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아마존에서 팔리는 책 3000권 이상에 챗GPT가 저자 또는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착륙 기대는 금물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을 뿐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명목 임금상승률이 높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겠지만 다른 국가 경제는 여전히 허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적자의 힘으로 경제를 끌어나간다면 달러가치는 더 오르고, 다른 국가의 시름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해 각 중앙은행은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지만 쉽게 인하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금속·곡물 등 원자재 트리오는 내년 공급 부족에 힘입어 날아오를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내년도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점진적인 하락이 예상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감산 등이 상승 압력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속 중에선 우라늄이 가장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발전에 대한 탐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이 원자력 에너지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 역시 세계 5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수출량이 전년보다 35%가량 줄어든 데다 악천후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대형 수출업자 재고가 몇 년째 감소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이른바 ‘넷제로’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도 지속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 부과 방안, 미국의 친환경 보조금 지침 등이 구체화·현실화된다. 과도기엔 미국, 호주, 카타르 등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늘리는 국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원유 생산 원가가 낮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향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구리, 코발트, 리튬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필수인 금속 자원 개발 붐도 주목된다. 수요 증가로 칠레·페루(구리), 콩고민주공화국(코발트), 인도네시아·뉴칼레도니아(니켈), 남미·중국(리튬) 등에 전 세계의 부가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의 지배력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에 처음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배터리 공장의 대부분이 중국에 있고, 중국 기업들은 유럽 곳곳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이 우위인 반도체 분야 갈등도 계속된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장비와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조치를 한 이후에도 중국 화웨이가 최근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적용한 ‘메이트60프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전혀 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극대화하는 지정학적 불안정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새로운 냉전 구도는 더욱 고착화할 전망이다. 2024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종식 회담이 열린다면 중국은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러시아를 영향권에 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사력이 점점 강해지는 반면 미국은 군사 장비에 공백이 생겨 2020년대 후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취약성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군부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위한 준비를 완료할 것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분쟁에 대응해 미국의 전력이 분산된 틈을 노린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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