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년 농부…"국내 첫 흑돼지 브랜드 만들 것"

입력 2023-12-04 18:16   수정 2023-12-12 16:46

지리산 해발 500m에 자리한 흑돼지 농가. 박정원 버크셔K 대표(사진)는 이곳에서 육종 전문가인 아버지 박화춘 박사와 함께 흑돼지를 키우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 농부다. 양돈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5년째다.

초등학생 때부터 주말마다 아버지 농장 일을 도운 그는 농부가 아닌 자신만의 꿈을 찾으려고 했다. 박 대표의 생각이 바뀐 계기는 수능이 끝난 뒤 일본 미에현에 있는 ‘모쿠모쿠 테마파크’를 방문하면서였다. 마을 전체가 양돈업을 중심으로 양돈 농가, 식당, 체험 농가 등 관광지를 조성해 연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흑돼지 마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도 양돈업이 단순 농업을 넘어 성장 산업으로 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박 대표는 한국농수산대 양돈학과를 졸업한 뒤 버크셔K를 운영하며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크셔K는 박화춘 박사가 영국 버크셔 품종을 활용해 개발한 ‘한국형 버크셔’ 품종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버크셔K의 육질은 다른 품종과 비교해 높은 산도를 띤다. 이 때문에 도축 후에도 수분을 머금는 성질인 보수력이 강해 고기를 구웠을 때 육즙이 더 풍부하고 식감이 좋다는 설명이다.

버크셔K는 고부가가치 상품 창출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해 만드는 스페인의 전통 생햄이다. 와인 안주 등으로 쓰이는 하몽은 다리 한쪽에 90만원에 팔릴 정도로 고가 상품이다. 박 대표는 “일반 돼지 한 마리가 40만원인데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뒷다리를 활용해 일반 돼지의 두 배가 넘는 가치를 만든 것”이라며 “돼지고기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 대부분 농가에서 키우는 덴마크산 덴브레드 품종은 한 번에 새끼를 20마리 넘게 낳는 데 비해 버크셔 품종은 한 번에 9~10마리밖에 낳지 않지만 고기를 먹어보면 맛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국내 최초 흑돼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버크셔K가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처럼 대한민국 흑돼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고. 지리산에 일본 모쿠모쿠 테마파크와 같은 6차 산업 마을 기업도 구상 중이다.

“아직은 대부분 사람이 흑돼지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죠. 저는 제주 흑돼지를 넘어서는 흑돼지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박화춘의 버크셔K’지만 나중에는 ‘박정원의 버크셔K’로 알려질 거예요.”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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