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맨? 실용주의자?…밀레이 '트럼프 코스튬' 벗자 혼란 가중

입력 2023-12-18 11:45   수정 2023-12-18 11:5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매드맨(madman?미치광이)인가, 실용주의자인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로 불렸지만, 취임 직후 주류 경제학에 걸맞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사진)의 행보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일 정식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중앙은행 폐쇄 △법정통화로 달러화 채택 △장기 매매 합법화 △중국?브라질 등 최대 교역국과의 관계 단절 등 대선 후보 시절 밀었던 급진적 공약을 대거 보류했다. 대신 △공공 지출 삭감 △중앙 부처 축소 △페소화 54% 평가절하 △보조금 삭감 △일부 세금 인상 등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내놨다. 경제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온건파를 앉혔다.

최대 경제국 미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 계열) 성향의 아르헨티나 전 정권이 중국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탓에 밀레이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당선인 신분으로 방미했을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안 곤잘레스 남미 담당 보좌관 등 현직 관료들뿐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한 소식통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의 청사진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친미 성향을 굳히지도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갱신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상환 시점이 임박하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이었다. 밀레이는 후보자 시절 공산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공공연히 발언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외교관은 FT에 밀레이가 “선거 운동 기간 입고 있던 코스튬(분장) 의상을 갑자기 벗어 던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변신’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연 150%를 웃돌고 있으며 IMF에 진 빚만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 개인적 철학을 내세우기 보다는 경제 회생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이대로라면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FT는 “끊임없는 경제 위기에 시달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밀레이의 이런 모습이 ‘뉴노멀’이 될지, 또 다른 재앙이 닥쳐올지 자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밀레이의 자유주의적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6개월 내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개선되는 등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며 “여기에 실패하면, 혼란이 가중되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의 괴짜스러운 면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래 예측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친족 등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임의로 바꿔 타로 역술가로 알려진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를 비서실장에 앉혔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카리나를 모세와 메시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치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해 내각 불안정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부 등을 제외한 주요 정부 부처 여러 곳의 수장직은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다. “2017년 사망한 반려견 ‘코난’을 복제한 개 네 마리를 제외하면 밀레이의 측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좌파 성향 싱크탱크 셀라그의 알프레도 세라노 대표는 “밀레이 정권하에서 아르헨티나는 페루나 콜롬비아에 버금가는, 더욱 불평등한 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며 “밀레이에 대한 지지는 아주 일시적인 것이며, 변덕스러운 유권자들이 인내심을 잃게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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