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업들 만나며 떠오른 아이디어…중견기업 성장 발판 됐다"

입력 2023-12-23 22:02   수정 2023-12-29 19:40


“‘하이서울기업’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고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죠. 거기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가 GPU(그래픽 처리 장치) 서버 사업을 시작한 것도 하이서울기업 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아, 우리의 강점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덕수 ㈜이엠텍아이엔씨 대표(사진)는 ‘하이서울기업 효과’를 이 같이 귀띔했다. 2003년 창업한 20년 업력의 이엠텍아이엔씨는 PC 그래픽카드가 주력제품인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회사로,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점유율 23.57%(2022년 기준)의 1위 업체다. 2017년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심사·선정하는 서울 소재 우수 중소기업인 하이서울기업이 된 후 고속성장 중이다. 그해 처음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대표는 “형식상 하는 말이 아니라 하이서울기업이 된 것이 중견기업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규격 인증, 제품 홍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컨설팅 등 서울시와 SBA가 하이서울기업에게 지원하는 다양한 혜택도 혜택이지만 그가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역동성’이다. 하이서울기업끼리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 분야를 발굴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하이서울기업들에게 ‘동행’을 강조합니다. 그걸로 비즈니스적으로 이득을 얻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요. 단순히 우수기업 인증받는 차원을 넘어 가족적 분위기에서 여러 기업들이 같이 가다 보니 기존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간접경험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좋은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카드나 유·무선 공유기,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메인보드, 수냉 쿨러 같은 컴퓨터 부품들을 생산 및 유통해온 이엠텍아이엔씨는 GPU 서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주력제품의 강점을 살려 사업을 고도화한 셈. GPU 서버는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등 고성능 작업에 필수인 만큼 전망이 밝다.

이 대표는 “앞으로 AI 기반 시스템이 기업뿐 아니라 가정에도 깊숙이 들어갈 것이다. GPU 서버 사업은 이러한 흐름에 대비한 것”이라며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GPU 서버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가 아직 많지 않다. GPU 서버 분야에서 국내 선두주자 입지를 굳히고 해외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

가시적 행보도 있다. 이엠텍아이엔씨는 인기 영화 ‘신과 함께’, ‘모가디슈’ 등을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와 손잡고 해외 진출을 추진해 GPU 서버를 동남아시아 업체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5G(5세대 이동통신) 구축 작업을 한 LG유플러스를 비롯해 네이버·LG전자·자이언트스텝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를 취급하는 업체는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다. 고객이 불만 있는 부분은 성실하게 피드백하면서 고객 만족을 추구해왔고, 그러다 보니 점차 고객 신뢰를 얻어 매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례로 예전에는 PC 부품의 소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이엠텍아이엔씨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쿨러로 소음을 줄이는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소비자향(B2C) 자체 브랜드 ‘레드빗(REDBIT)’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엠텍 하면 그래픽카드라는 인식이 강해서 저희가 자체 개발하거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만드는 제품은 차별화하려고 브랜드를 만들었죠. 또 자체 홍보를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아서 라이브 커머스도 하고 고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호흡하기 위해 스튜디오 ‘온에어 라운지’를 론칭했습니다.”


친환경 PC 브랜드 ‘그리고(GREEGO)’는 ESG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컴퓨터 부품은 기능 업그레이드 때문에 수명이 3년 정도다. 고장 나지 않은 부품을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그리고’는 자사 그래픽카드를 매입·점검한 뒤 리사이클(재활용)해 고객 가격 부담을 줄여 내놓는 제품이다.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와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하이서울기업협회 ESG 분과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이 대표는 “PC를 판매하면 마진이 얼마가 남든 1000원씩 떼어 식목일에 나무를 심고, 제품 패키지에 재생 박스를 쓴다. 작은 기업이지만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춰 바꿔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견기업 지정에 따라) 하이서울기업을 ‘명예졸업’하게 됐지만 관계는 계속 유지하며 교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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