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서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발표한 직후 노조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해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다. 증권가에서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최대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약 11조1000억원)의 약 4배 규모다. 노조의 요구가 현실화하면 7만7000여명의 반도체 직원이 지난해 전체 주주 배당액의 4배를 성과급으로 가져가게 된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업계에서는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R&D 강화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노사가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를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미래 기술 개발과 생산 인프라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40조원이면 쟁쟁한 글로벌 팹리스나 AI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규모라는 주장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든 비용은 약 10조3000억원이었다.
사내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95% 안팎이 반도체(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가전·TV·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 영업이익은 12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어서다. 현재 노조 요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DX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 가입자 7만여명 중 DS부문 소속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노조가 반도체 부문 보상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파업 가능성도 부담이다. 지난달 말 교섭 중단을 선언한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 상당수 자동화돼 직접적인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파업 자체가 주요 고객사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대외 신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절충점을 찾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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