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밀러 "美가 지원해도 인텔·마이크론이 삼성·하이닉스 대체 못할 것"

입력 2024-01-03 18:14   수정 2024-01-04 02:10

베스트셀러 <칩 워>(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사진)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을 육성해도 인텔과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밀러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이 해외 반도체기업을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은 중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 외 세계 반도체산업은 상호 연결돼 협력하면서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TSMC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며 “마이크론은 일본에 투자하고 인텔은 독일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밀러 교수는 한국 반도체회사들이 중국 대신 미국에 투자하면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이 본격 집행되고 한국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면 지금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도체 보조금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보다는 요건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10년간 5% 이상 늘릴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밀러 교수는 “중국을 규제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맞서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범용)반도체 장비와 공구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며 “장비 규제가 강화되자 부품을 수입하고 외국 직원을 채용해 장비를 국산화하려 하고 있어 미국 정부는 중국에 특정 주요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한국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특정 유형의 반도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 사업 축소는 보편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중국의 규제 불확실성과 자국 산업 육성 의지 때문에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중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밀러 교수는 “중국을 둘러싼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에 있는 해외 기업 시설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인질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희토류 규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마그네슘과 갈륨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규제 체계를 도입한 것이며 이 조치 이후에도 중국은 계속 갈륨 등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중국은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노력할 뿐 실제로 강경하게 행동하지는 않는다”며 “중국이 광물 수출을 금지한다고 해도 중국이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제련하는 광물을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중국이 반도체 관련 광물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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