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가 과학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 [성현 ESG스토리]

입력 2024-01-03 09:25  

이 기사는 01월 03일 09: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SG 컨설팅을 수행하거나 강의를 하다 보면 ‘경제 전문가가 탄소측정과 같은 과학 분야까지 공부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Scope 3, 생물 다양성, 탄소 중립전략과 같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기 어렵고, 설령 해당 분야는 관련 전문가에게 맡기고 전문가가 제공하는 결과물을 공시만 한다고 하더라도 본인도 잘 모르는 내용을 공시한다는 것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ESG 전문가가 되려면 곧 과학과 경제를 모두 알아야 하는 소위 “융복합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 기업의 ESG 전략을 수립하려면 더욱이 과학 공부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한 기관으로부터 임직원을 위한 ESG 특강 요청을 받고 해당 기관이 속한 산업군의 특성을 연구하다가 과학 공부의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해당 기관은 공항공사인데 공항 산업에서 ESG 전략 수립 시 핵심이 무엇인지 찾아보다가 과학이 뒷받침되는 ESG 전략이 왜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2020년에 발간된 옥스퍼드 대학교의 “공항이 처한 물리적 기후리스크: 세계 100대 공항 평가”에서 보면 공항에 중요한 물리적 기후리스크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범람과 기온상승으로 인한 이륙중량 제한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중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범람이 기후리스크 중 하나인 것은 알겠으나, 기온상승으로 인한 이륙중량 제한은 어떠한 내용인지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좀 더 살펴보니 기온상승은 공기 밀도를 감소시키고 이는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량의 감소를 불러와 추력이 저하되어 항공기 이륙성능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를 더 길게 늘리거나 이륙중량을 낮추어야 한다고 한다. 이륙중량을 낮추기 위해서 공항 입장에서는 이륙중량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 항공사는 승객수를 감소시키거나 화물 운송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줄어들게 되어 해당 공항을 이용할 유인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물리적 리스크가 당장 얼마간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기업에 자원제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때 유용한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제공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 관련 공시기준(IFRS S2)을 2026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공시를 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기업의 기후 관련 위기와 기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야 한다.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에 과학이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한 하나의 사례를 더 소개하자면 해운업에서는 배의 항속을 감소시키는 따개비와 같은 전통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선박이 내뿜는 매연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탄소배출 규제를 더욱 엄격히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탄소집약도 지수(Carbon Intensity Indicator, CII) 규제가 시행된다.

한편, 해운업의 ESG 이슈를 검토하다가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워싱턴 대학의 대기 과학자인 조엘 톤턴에 따르면 해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지역에 비해 배가 많이 다니는 인도양 해로 상에서 낙뢰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선박이 내뿜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에어로졸 분자가 구름형성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낙뢰로 인해 산불이 증가했다면 그 이후 연쇄효과도 충분히 과학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ESG 공시와 전략 담당자가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지 않다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엉뚱한 기후리스크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는 회사의 담당자나 컨설팅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과거에는 서로 만날 일이 없던 과학자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과학자들 또한 지속 가능 경영 공시 등의 국제적인 흐름을 자세히 살피고 과학과 경제가 만나 함께 어떻게 인류에 이로움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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