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세대 벤처 '주춧돌' KAIST 총장이 보는 미래

입력 2024-01-12 18:43   수정 2024-01-13 00:54

넥슨 김정주, 아이디스 김영달, 해커스랩 김창범, 네오위즈 신승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이광형 KAIST 총장 아래서 성장한 1세대 벤처 창업가라는 것이다. 이 총장에겐 늘 선각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융복합이란 개념이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 KAIST에 융합학과인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신설했다. 2010년엔 국내 최초로 과학기술학과 지식재산(IP) 연구 및 교육 기관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치했다. 인공지능(AI) 혁명이 한창인 2024년 그가 내놓은 <미래의 기원>이 주목받는 이유다.

<미래의 기원>은 인간, 지구, 그리고 우주의 역사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조망한다. 미래를 헤쳐 나가는 열쇠가 역사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 총장이다. 역사의 시작점을 인간이 아니라 자연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인간에 방점을 찍은 기존 ‘빅 히스토리’ 서적들과 다르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저서와 비교해볼 만하다. 그가 쓴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으로 시작한다. 인지 혁명의 과정인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점일 뿐이다. 반면 <미래의 기원>의 시작점은 인류의 탄생에서도 138억 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의 주인공은 우주와 자연이다. 우주와 태양계의 탄생, 생명체의 출현을 살핀다. 2부에서는 인간의 진화 과정을 뇌의 진화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상과 종교의 출현, 과학·철학·시민·산업·의료 혁명 등 역사의 분수령도 조망한다. 3부에서는 앞으로 100년에 걸쳐 인류에게 특이점(Singularity)을 선사할 미래 기술을 소개한다. AI,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이다.

초미세 세계와 인간의 본질을 연결하는 통찰력이 발군이다. “전자는 우주에서 가장 동적이고 가장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다. 전자와 전자기력 때문에 원자와 분자가 만들어졌고 모든 화학 원소가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그리고 지구의 생명체 출현,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 생명체의 신경신호 전달, 뇌의 기억과 지능의 발달, 언어의 출현과 현대 문명 등 모든 인간 활동이 전자를 활용한다. 앞으로도 인간은 이런 전자 활동을 기반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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