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쏟아부은 '사막'…현대차·기아 '최강 무기' 숨겨져 있었다

입력 2024-01-15 13:30   수정 2024-01-15 21:13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북동쪽으로 170㎞를 올라가면 모하비 사막이 나온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막 한복판에 외딴 길을 따라 가면 ‘HYUNDAI’라는 간판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기아가 2005년 약 800억원을 투자해 세운 모하비주행시험장이다. 작은 간판 뒤엔 여의도의 2배가 넘는 1770만㎡(535만평) 부지가 펼쳐져 있다.


현대차·기아가 이 곳에 시험장을 자리를 잡은 건 극한의 테스트가 가능해서다. 이 곳의 평균 기온은 연 39℃. 여름엔 지표면 온도가 54℃까지 올라간다. 겨울엔 반대로 0℃까지 떨어진다. 인근에 미국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있을 정도로 바람도 쎄다. 혹독한 환경에 차량을 놓기만 해도 내구성과 주행력을 알 수 있는 환경이다. 실제로 이날에도 한 모델의 내구재들이 모두 뜯겨져 시험장에 테스트를 위해 햇볕 아래 놓여 있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승차감, 제동성능, 소음, 진동 등을 평가하는 ‘현지 적합성 시험’ △차량전복, 제동거리, 사고회피속도 등 미국의 법규를 만족시키는지 평가하는 ‘북미 법규 시험’ △다양한 노면상태에서의 차량상태를 평가하는 ‘내구 시험’ △부품들이 혹서의 환경에서 파손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재료 환경 시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시험장엔 써킷, 오프로드, 경사로 등은 물론 미국 도로환경과 똑같은 도로를 구성해 놨다. 이경재 현대차·기아 미국법인 책임연구원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아리조나 등의 지역은 높은 온도로 포장 파손이 잦고, 아스팔트가 늘어날 걸 염두에 두고 일부러 단차를 만든다”며 “이런 도로에서 승차감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환경을 만들어 테스트를 한다”고 설명했다.

시험장은 건설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내연기관 위주의 테스트에서 지금은 전기차와 친환경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을 주로 고려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통상 300㎏이상 더 무겁다.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전기차에선 중요하게 평가되는 이유다.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관건이다. 시험장에선 현대차·기아의 모델 45℃ 이상의 기온과 ㎡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을 골라 집중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전기차 성능 테스트는 ‘고속주회로’에서 수행된다. 남양연구소 시험로보다 2배가 긴 10.3㎞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도로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차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게끔 고정악로, 장등판, 오프로드 등 총 16개 종류의 노면도 마련됐다. 11일(현지시간)에도 위장막을 씌운 신형 전기차와 SUV 모델들이 이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모하비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 데스밸리, 미네소타, 오리건 등에 다양한 환경에서 전기차 안정성과 에너지 관리 최적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 같은 담금질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지난해 3위의 판매량을 올렸고, 지난해 EV9이 1년 전 EV6에 이어 2년 연속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이 SUV와 전기차의 현대차그룹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시티=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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