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년 버틴 정준하도 접었다…서울 덮친 '줄폐업 공포'

입력 2024-01-17 21:00   수정 2024-01-17 21:1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직원도 줄여보고 버틸 만큼 참았는데, 더 이상 못 해 먹겠습니다."

불경기 속 전국 외식업종 폐업률이 지난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의 폐업률은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못 버티겠기에 포기한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고물가에 외식비가 상승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식자재·인건비 부담까지 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업주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0여 년 만에 전국 폐업률 10%대

17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전국 폐업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폐업률은 따로 통계가 발표되지 않는다. 한경닷컴은 폐업률을 파악하기 위해 폐업 업체 수를 총 업체 수(영업업체+폐업업체)로 나누어 계산했다. 폐업률 지표는 자영업 추이를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일반·휴게 음식점에는 한식·중식·일식·분식·커피전문점 등 대부분 외식업종이 포함된다.

폐업률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한 매장을 정리하면 다른 매장을 차리는 자영업의 특성상, 불경기에 출구 전략이 없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폐업이 줄어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정선에서 움직여야 탈출구가 있을 정도로 경기가 순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예년보다 폐업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면, 경기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간 최저임금 급상승,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을 찾지 못하고 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기류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포착된다. "이 불경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장사가 뭐가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꿈에서도 매일 악몽만 꾼다" 등 토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핫플' 많은 서울 특히 '비상'

특히 최근 몇 년간 서울 폐업률에서 높은 경향성이 포착된다. 서울은 유독 트렌드에 민감하고, 월세 부담 등이 높아 다른 지역보다 폐업률이 높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지난해처럼 폐업률이 12%대로 올라선 것은 2005년(12.7%) 이후 처음이다.

이른바 '핫플'(명소)이 많은 곳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남 압구정로데오 맛집 거리에서 6년간 꼬칫집을 운영해온 방송인 정준하도 지난해 말 "영욕의 시간을 이제 마무리한다"며 폐업 소식을 밝히기도 했다. 정준하는 그간 여러 차례 높은 임대료와 수요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고백해왔고, 2022년 5월 한 방송에서는 "꼬칫집 월세가 2200만원인데 2년째 적자"라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 압구정로데오 거리에는 '임대' 표시가 붙은 건물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수십년간 터줏대감처럼 가게 영업을 이어오던 매장들도 업황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3년째 이곳에서 가락국숫집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우리 가게는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이 붐비는 식당이었는데 요즘엔 심각하게 사람이 안 온다. 직원을 줄였는데도 인건비가 부담돼 전날 대출을 풀(full)로 받아왔다"며 "단골이 많은 가게라 인플루언서나 블로그 홍보는 생각도 안 했는데, 요즘엔 '그거라도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인근 카페 겸 라운지 펍에서 2년째 근무하는 직원은 "주말 저녁에만 사람들이 좀 오고 낮에는 직장인 제외하고는 길에 사람 자체가 없다"며 "직원도 최소 인원으로만 근무하고 있고, 매출은 지난해 8월 대비 반으로 뚝 떨어졌다. 사장님도 '압구정이 이런 적이 없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식자재·인건비·임대료가 상승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에 이른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세종도 '비상'…지방 곳곳 위기

지난해 서울 다음으로 폐업률이 높은 곳은 세종이었다. 세종 폐업률은 11.7%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세종 폐업률은 2019년과 2020년에는 전국 1위였고, 2021년부터 3년째 서울 다음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개 자영업자들이 매장 신규 오픈을 고려할 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하려 하는데, 세종은 인구 규모가 최근 몇년간 급증해왔다"며 "인구 급증에 신규 사업자들이 몰린 만큼 타격감이 더 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종은 정부 청사를 포함한 행정타운이 모여 있어 고정적인 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면서 "지역 인구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제한된 수입으로 물가 상승을 감당하려면 외식 비용 먼저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전(11.5%), 대구(10.9%), 인천(10.8%), 울산(10.8%), 경기(10.6%) 순으로 전국 평균 폐업률을 웃도는 등 지역 자영업도 위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악재 쌓이는 외식업…"소비자 패턴 굳어지고 있다"
외식업의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우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팬데믹 이후 외식 수요가 회복되며 어느 정도 매출액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외식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외식 수요량 증가가 제한되다 보니, 가게끼리 경쟁이 심화하는 현상까지 겹쳐 매장 유지가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부터 줄이는데, 그러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며 "가뜩이나 외식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팬데믹부터 밀키트와 같은 외부 경쟁 요인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을 맞은 후에도 외식을 줄였던 소비자 행동 패턴이 굳어지는 양상이 보인다"며 "한번 바뀐 소비자 행동은 상당 기간 유지된다. 당분간 외식 수요가 회복되긴 힘들 것으로 보여 외식업 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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