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화만 돋궜다"…전투 능력 한계 드러난 이란

입력 2024-01-19 09:58   수정 2024-01-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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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인접국 이란의 공격을 받은 지 이틀만인 18일(현지시간) 보복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란의 전투 능력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란이 파키스탄을 포함한 인접국 3개국을 직접 공격한 것은 자국 영향력에 대한 오판의 결과라는 진단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파키스탄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파키스탄 공격은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며 "파키스탄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반격하면서 이란 군은 전투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대리 세력을 통해서만 분쟁에 개입해왔던 이란이 인접국 공격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미국의 시리아 특사를 지낸 퇴역 미 육군 대령인 조엘 레이번은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메시지"라며 "대리 세력이 아니라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란 공격은 케르만 지역 폭탄 테러 이후 국민에게 자국의 무력을 과시하려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중부 도시 케르만에서는 지난 3일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9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그 배후를 자처했다. 이에 이란은 15일 시리아 와 이라크를 폭격했고, 다음 날에는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자이시알아들'의 기지를 공습했다.

파키스탄은 이틀만인 1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알리레자 마르하마티 파키스탄 부총리는 현지 언론에 파키스탄인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역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잘못 계산해 파키스탄이 보복에 나설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봤다. 자국 영향력에 대한 오판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중동 주재 미국 안보 고문은 WSJ에 "보여주기식 행동이었으나 이란은 자신을 과신했다"며 "이란은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고, 파키스탄을 화나게 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의 보복 공격 후 "이란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없다"고 이란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파키스탄과 이란의 무력 충돌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양국 간 무력 충돌에 대해 "우리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상황 악화를 보길 분명히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중동에서의 폭력 사태가 이제는 남아시아까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과 파키스탄 모두가 상하이협력기구(SCO) 일원임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파트너십 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는 우호적 SCO 국가 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진정으로 양국이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양국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태의 진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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