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사교육비 해결도, 국가 경쟁력도 놓친 에듀포퓰리즘

입력 2024-01-21 17:53   수정 2024-01-22 00:04

현 예비 중3부터 적용할 예정인 ‘2028 수능개편안’ 수학에서 ‘미적분Ⅱ와 기하’가 최종적으로 빠진 것을 두고 연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의 핵심인 미적분과 기하를 빼면, 학력 저하 및 국가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거라고 우려한다. 반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심화 수학을 뺀 것이고, 학교 수업에서 충분히 배울 기회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매년 중3과 고2 학생 3%를 표집, 주요 교과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국가 교육 수준과 변화 추이를 파악해 교육 책무성을 평가하고, 교육정책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2010년대 중반부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중3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3~2017년 1~2%, 2018년 4%, 2020년 6%로 증가했다. 수학은 2013~2016년 4~5%, 2017년 7%, 2018년 11%, 2020년 13%를 넘었다. 고2도 비슷한데, 모든 교과에서 중3보다 1~2%포인트 더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도 비슷하다. 2000년부터 만 15세 학생(중3~고1)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시행한 PISA 결과 2015년부터 읽기, 수학, 과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급증했다. 수학은 2003~2012년 7.9~9.6%에서 2015년 15.4%로, 읽기는 2000~2012년 6~8%에서 2015년 14%로, 과학은 2006~2012년 6~11%에서 2015년 14%로 거의 두 배씩 증가했다. 특히 수학은 최상위 비율까지 급감했다.

학력 지표가 회복될 기미 없이 10년 동안 추락한 이유는, 지난 20년간 정부가 학습 부담 및 사교육비 경감을 교육적 가치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학력 저하 시점에 평가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략 1999년 이후 출생아로 초·중·고에서 2007·2009·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대상이었다. 이들 교육과정의 공통점은 어려운 학습 내용을 중학 과정에서 완전 삭제하거나 교과 분량을 상당히 줄였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전문가의 학력 저하 우려와 국내외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학습 부담 및 사교육비 경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실제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초·중·고 사교육비는 2012년 19조원, 2019년 21조원, 2022년 26조원으로 불어났다.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 사교육비 경감을 약속하고, 교육부는 이에 발맞추는 정책을 개발하는 ‘에듀포퓰리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학력 저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인의 공약과 대중적 여론에 부응하려는 교육부의 정책 선호가 빚어낸 참사다.

영국과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수학 교육을 강조해왔고, 중국마저도 미래사회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쌍일류(雙一流) 정책’을 추진하며 수학 및 이공계 교육을 강화했다. 우리 정부만 세계적 흐름을 비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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