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15구 수습

입력 2024-01-26 11:38   수정 2024-01-26 11:44


서울 강북구는 우이동 338번지 일대에 남아 있는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미수습 유해 15구를 발굴·수습했다고 26일 밝혔다. 총탄류 등 44점의 유류품도 같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유해 발굴 자치단체 보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발굴조사는 재단법인 삼한문화재연구원과 신석원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특별연구원 등이 조사에 참여했다.

남아있던 유해들은 앞서 2017년 11월 인수천 노후 옹벽 정비 공사 때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후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해당 유해들을 민간인 유해로 판단하면서 유해 및 유품 등이 사단법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로 이관됐다. 구는 추가 발굴을 위해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거쳐 유족회의 입회 하에 2018년 1월 발굴현장을 보존 조치(복토)했다.

이번 조사에서 발굴된 유해 15구에는 2017년 감식을 위해 일부 수습하고 남아있던 유해 8개체가 포함됐다. 당시 수습된 유해는 두개골·사지골 등 단독개체 4개와 부위를 특정할 수 없는 상반신 부위 일괄개체 4개로, 2017년 국방부유해감식단의 감식 후 2018년 세종시 추모의집에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에 따르면 연령 구분별로 △유아(1~5세) 3구 △소아(6~11세) 2구 △성년 전반(20~29세) 4구 △성년 후반(30~39세) 3구 △숙년(40~59세) 1구 △불명(성인) 2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성별은 판정이 불가능한 5구의 어린이 유해를 제외한 나머지 10구에서 확인됐으며, 남성 6구 여성 4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유류품으로는 총탄류와 단추류, 신발류를 비롯해 틀니, 비녀, 라이터 등 총 44점이 수습됐다.

삼한문화재연구원의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수습된 유해들에서 뼈에 직접적인 총상흔이 발견된 유해는 없었지만, 조사구역 내에 다수의 탄약류(M1·카빈소총의 탄피와 탄두 등)가 출토됐고 유해의 세척과정에서 흙을 털어내는 중 뼈에 접해 탄두가 확인된 점 등을 보아 수습된 희생자들은 총격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또 강북구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우이동 학살이 1950년 10월경 일어났다고 하는 목격자 증언이 있는 것으로 보아 9·28서울 수복 후 부역혐의자들을 색출·학살하던 시기 우이동에서도 같은 이유로 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구는 오는 30일 강북구청에서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자문위원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진화위 관계자, 삼한문화재연구원 원장 등 연구원 관계자, 구 관계자를 비롯해 충북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박선주 명예교수, 사단법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김복영 회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한다.

구는 유족회와의 협의를 거쳐 발굴한 유해들의 세종시 추모의 집 안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최종보고회 등 사업을 완료한 후 발굴조사 건을 진화위로 인계할 방침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과거사 정리를 통해서,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희생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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