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신청 폭주라더니"…중개사들 '한숨' 터져 나온 까닭

입력 2024-02-08 07:00   수정 2024-02-08 11:13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이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일선 공인중개업소에서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에 부합하는 가격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지역 공인중개사들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로또에 비유하며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전세나 조금 나가지, 매매는 없어요"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개업중개사는 시장 분위기를 묻는 말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례보금자리론 때에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매수세가 모두 빠져나갔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겠다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로구 개봉동 개업중개사도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 "요즘 아이 낳는 집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최근 일반적인 매수 문의는 몇 건 있었지만, 그 대출로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받아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노원구 중계동 개업중개사도 "매수 문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지도 않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때문에 집을 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아이 낳는 집이 얼마나 된다구요"…중개사들 푸념
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출생아 수는 4만654명에 그쳤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아이를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부터가 매우 적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부부합산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 기준까지 충족해야 한다.

기준에 부합하는 아파트도 적은 편이다. 부동산R114는 서울 아파트 114만 가구 가운데 9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37.3%인 42만8000여 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했다.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도봉구가 91.8%로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노원구(83.6%), 금천구(83.5%), 중랑구(83.4%), 강북구(82%), 구로구(77.1%)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 3구나 용산 등 선호 지역에도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서초구 2.8%, 강남구 3.7%, 용산구 4.2%, 송파구 7.7% 등 비중이 작고 그나마 있는 매물도 아주 좁은 면적이나 나홀로 아파트 등에 국한된다.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를 구한다면 '노도강', '금관구' 지역이 대상지이다.

대상 가구와 아파트가 크게 제한되다 보니 일선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말이 나온다. 도봉구 창동 개업중개사는 "1%대 금리로 대출이 나온다니 집주인들은 매물이 나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매수자 찾기가 로또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합산 소득 1억원이면 3.3%…"집 살 정도의 혜택 아냐"
신생아 특례대출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원구 중계동 개업중개사는 "1%대 금리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은행 금리와 큰 차이 없다"며 "30년 대출로 가정해 부부의 연봉이 8500만원을 넘어가면 금리 3.0%가, 1억원을 넘으면 3.3%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1.6%를 받으려면 소득 2000만원 이하에 10년 대출이어야 한다"며 "몇 명이나 해당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실거주 의무가 있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도 불가하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도록 유도할 만큼의 혜택이 없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건수는 9631건, 신청 액수는 2조476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규 주택 구입 용도는 1519건, 4884억원(19.7%)에 그쳤고 대부분 기존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 용도였다.

전문가들도 신생아 특례대출이 집값이나 거래량 반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신생아 특례대출은 수요자와 대상 주택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처럼 주택가격의 대세 상승을 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저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절벽을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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