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미국의 '제1 타깃'이었던 교토는 어떻게 핵폭격을 피했나

입력 2024-02-16 18:52   수정 2024-02-17 01:00

‘카오스 이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복잡하고 불규칙적이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세상에서는 논리와 규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면서 미국 시사전문잡지 애틀랜틱의 칼럼니스트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책 <플루크(Fluke)>를 통해 우연이 어떻게 우리 삶과 세계를 지배하는지 확인시켜 준다. 우리가 발 디디고 사는 세계가 정형적이고 선형적인 질서에 의해 움직이지 않으며, 무작위적인 우연과 예측할 수 없는 혼돈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어떤 한 부부의 여행으로 인해 어떻게 14만 명이 엉뚱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는지,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놓치는 것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사소해 보이는 결정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책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회과학, 카오스 이론, 역사, 진화생물학,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교훈도 제공한다.


1926년 10월 30일 헨리 L 스팀슨 부부는 일본 교토에 도착한 증기 기관차에서 내려 미야코호텔 56호실에 체크인했다. 그들은 옛 일본 제국의 수도를 거닐며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드는 모습을 감상했다. 교토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정원에 감탄하며 유서 깊은 도시의 낭만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교토에서의 1주일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돌아갔다. 평범해 보이는 이 여행이 훗날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여행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1945년 5월 뉴멕시코의 산악 지형 속에 있는 일급비밀장소 코드명 ‘Y기지’에 여러 명의 물리학자와 군사전문가가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가제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가공할 만한 새로운 무기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태평양전쟁에서의 소모전을 끝낼 수 있는 핵폭탄을 투하할 장소를 선정하는 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는 한 달에 항공기 엔진 4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있으며, 일본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유서 깊은 도시 교토를 핵폭탄 투하 장소로 지목했다. 그렇게 해서 ‘1차 목표 교토, 백업 목표 히로시마, 요코하마, 고쿠라’가 적힌 쪽지가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1945년 8월 6일 암호명 ‘리틀 보이(Little Boy)’라는 이름의 핵폭탄은 교토가 아니라 히로시마에 떨어졌고, 무려 14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1차 목표였던 교토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목표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나가사키에는 왜 폭탄이 투하됐을까?

궁금증을 푸는 열쇠는 바로 스팀슨이 갖고 있다. 1945년 당시 미국 전쟁부 장관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교토가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대통령까지 설득해 교토를 구해냈고, 엉뚱하게도 히로시마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책은 열린 마음으로 사소해 보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도 늘 관심을 둘 것을 권한다. 우연이 언제 어디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니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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