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쟁' 벌이는 엑슨모빌

입력 2024-02-18 18:13   수정 2024-02-19 00:46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과 독일계 기후 행동주의 펀드 간 소송전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산업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서약을 받아내려던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제안을 철회했음에도 엑슨모빌로부터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다. 기후 행동주의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기업의 미래까지 망치려고 한다는 것이 엑슨모빌의 주장이다. 미국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향후 ESG 투자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기사에서 엑슨모빌이 벌이고 있는 ‘ESG 전쟁’을 집중 조명했다. 엑슨모빌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이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결정이었다. ‘소액주주의 입을 막는 괴롭힘 전략’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엑슨모빌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확전에 나섰다.

엑슨모빌은 “이번 주주제안은 기업의 수익을 개선하거나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 영업을 위축시키고 세세하게 간섭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석유 판매가 본업인 엑슨모빌이 소비자의 탄소 배출까지 통제해야 하는 ‘스코프 3’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영업 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찰스 크레인 미국제조업자협회(NAM) 부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대기업이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금융권에서도 ESG 투자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SG 압박으로 기업이 손실을 낼 경우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어서다. 친환경 전략으로 인한 손실액을 특정하기는 쉽지만, 거꾸로 기후변화 방지 등의 노력이 기업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ESG 투자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심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물가 안정과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미국 내 석유자원 개발에 ESG가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 선제적으로 ESG 투자 원칙을 내세운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정치적 비판에 시달린 끝에 “더 이상 ESG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 인디애나주 등 미국 10여 개 주는 이미 주정부와 산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투자에 ESG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했다. 플로리다와 같은 일부 주는 ESG를 금융회사의 대출심사 기준으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광범위한 반(反)ESG 법률을 제정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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