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의 경제학…스무살에 4000만원 쓰면 4억 더 번다?

입력 2024-02-19 19:00   수정 2024-02-27 16:38

맘에 안 드는 대학, 맘에 안 드는 학과라도 그냥 다닐 것인가. 아니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꽃다운 청춘 1년을 더 바칠 것인가. 올해도 많은 수험생이 이런 고민을 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지만 그 선택이 쉽지는 않다. 한두 푼이 아닌 재수 비용, 1년이라는 시간, 수험생 본인은 물론 부모의 마음고생까지…. 재수는 과연 남는 장사일까.

징역 10개월, 벌금 4000만원
자녀가 재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1년 재수하는 데 대학 4년 등록금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서울에 있는 웬만한 학원의 재수종합반은 한 달 수강료가 200만원을 넘어간다. 교재비, 특강비, 모의고사 비용 등은 별도다. 다 합치면 월 300만원에 이른다. 2월부터 11월까지 열 달간 학원비만 3000만원이다.

지방 학생이 서울에서 재수한다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 숙식까지 학원에서 해결하는 기숙학원의 월 비용은 400만원이 넘는다. 기숙학원이 아니라 일반 재수학원에 다니더라도 학원 근처 원룸이나 오피스텔 월세로 100만원은 내야 한다.

재수하기로 결정한 자녀를 둔 학부모가 ‘징역 10개월에 벌금 4000만원 형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농담이 아니다. 사립대 4년 등록금이 평균 3000만원이니 재수만 안 해도 대학 4년 등록금을 버는 셈이다.

그런데도 재수생은 늘어만 간다. 작년 11월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 중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한 사람이 15만7368명으로 전체의 35.4%였다. ‘현역(고3 재학생)’ 대 재수생 비율이 대략 2 대 1이니 동년배 학생의 절반가량은 재수하는 것이다. 올해는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재수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더 고생하면 평생 이득?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재수생이 증가하는 것은 비용을 초과하는 효용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과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이지영 씨는 지난해 발표한 ‘대학 서열과 생애 임금 격차’ 논문에서 명문대 출신이 노동시장에서 얼마나 큰 이득을 누리는지를 분석했다. 논문은 143개 대학을 입학생 성적에 따라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누고 이들 대학을 졸업한 1243명의 임금을 비교했다.

최상위 그룹(그룹 5)엔 서울대를 비롯해 서울 상위권 대학과 교대 등 16개가 포함됐다. 그룹 4(16개)엔 서울 중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일부가 들어갔다. 최하위인 그룹 1의 49개 대학은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었다.

그룹 5 대학 출신은 그룹 1보다 25~59세에 걸쳐 평균 30% 정도 높은 임금을 받았다. 40~44세엔 격차가 50.5%까지 벌어졌다. 그룹 5와 그룹 4 간에도 전 생애에 걸쳐 5~15%의 임금 격차가 있었다.

논문은 출신 대학에 따른 임금 격차를 금액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 평균 연소득은 20대 2880만원, 30대 4332만원, 40대 4968만원, 50대 4656만원이다. 최상위 대학 졸업자의 연봉이 평균치보다 30% 높다고 가정하면 평생 4억원 넘게 더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수와 출산율의 관계
재수생들의 대입 성적은 어떨까. 시간이 좀 지났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이 2005~2013학년도 재수생의 대입 성적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분석 결과 재수생의 수능 평균 등급은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모두 고3 때에 비해 높아졌다. 또 재수생의 58.5%, 반수생의 21.6%가 고3 때 성적으로 갈 수 있었던 대학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입에서도 재수생 강세가 두드러진다. 대학가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 비율이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재수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인지 몰라도 재수생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일부에선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재수를 꼽는다. 대학 입학이 늦어져 취업과 결혼, 출산도 줄줄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엔 이미 작년 12월부터 원룸, 오피스텔 등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재수생이 몰린 영향이다. 재수 필수 사회의 씁쓸한 풍경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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