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자투리 농지에 산단·상업시설…'지방 소멸' 막는다

입력 2024-02-19 18:28   수정 2024-02-20 00:58


경기 김포시 걸포동 1197 일대 26만6062㎡ 규모 부지는 수년째 개발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2027년 자족도시를 구현한다는 목표로 김포시가 3293억원을 들여 산업단지인 김포테크노밸리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최근 무산되면서다. 산업단지를 유치하려면 농업진흥지역 해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부동의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19일 “사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 중심 규제 대폭 완화
국내 국토 면적의 약 8%(77만㏊)에 달하는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땅을 농업 생산 이외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땅에 산업단지를 세우거나 주거·문화·상업 시설을 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업 연구개발(R&D) 시설이나 생산시설을 들이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은 △도로·철도 등이 설치되거나 택지·산업단지 지정 등으로 생긴 자투리 토지 △농로 및 용·배수로가 차단되는 등 실제 영농에 지장을 주는 땅 △농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본연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 등이다. 1㏊ 이하의 농업진흥지역은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는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농식품부가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며 “해제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길게는 수개월 이상 끌다가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방을 중심으로 이런 승인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농촌 인구 감소, 도로 설치, 농로 차단 등으로 농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최소 200㎢ 면적의 농업진흥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땅에 대해서는 농지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농업진흥지역 해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요건도 획기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지로 묶인 땅에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길을 터 줌으로써 문화·상업·생산·연구시설 등이 쉽게 들어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활력이 떨어진 산업단지 옆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고 주거·문화시설을 짓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소멸 대응 위해 불가피
농업진흥지역 해제의 ‘절대 권한’을 쥔 농식품부가 그간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보수적이었던 것은 ‘식량 안보’ 때문이다. 식량 자급률을 지키기 위해선 일정 규모의 우량 농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도 기본적으로 식량 안보와 우량 농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규제 완화가 ‘지방’과 ‘농지 가치가 떨어진 땅’에 방점이 찍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속하는 농가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2022년 기준 국내 농가 인구는 216만5626명으로, 불과 4년 전인 2018년(231만4982명)보다 약 15만 명 급감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곳에 달한다.

앞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난 2일 쌀값 안정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3㏊ 미만 자투리 농업진흥지역이 전국에 2만㏊가 넘는다”며 “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농업진흥지역 해제 요청은 매년 쇄도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은 대부분 평지인 데다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돼 있어 개발 수요가 높은 편이다.

박상용/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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